에이스는 팀 마운드에서 가장 뛰어난 기량을 가진 투수를 칭한다. 그러나 에이스라고 해서 매 경기 승리를 따낼 수는 없는 노릇이다. 잘 던져도 타선이 터지지 않으면 이기지 못하는 것이 바로 야구다. 그런데 묘하게도 만나기만 하면 펄펄 나는 팀이 있는가 하면 유독 힘을 못 쓰는 팀이 있다. 치열한 순위싸움과 맞물려 얽히고 설킨 에이스들의 먹이사슬을 들여다봤다.
에이스들의 무덤-SK 현대
날고 기는 에이스들도 이상하리만치 SK와 현대만 만나면 죽을 쑨다. 류현진(한화)과 브라운(삼성)의 SK전 평균자책점은 각각 7.94와 5.56으로 가장 높다. 박명환(LG)도 SK전 2경기에서 10이닝 6실점했고, 손민한(롯데)과 윤석민(KIA)은 승리 없이 각각 4패와 3패를 당했다.
상대 투수에 따라 수시로 타순을 조정하는 김성근 감독의 ‘데이터 야구’가 적중한 셈이다. 물론 예외도 있다. 리오스(두산)는 SK전서 0.26의 ‘짠물 피칭’을 과시하며 3승(1패)을 수확했다. 한국시리즈 직행을 노리고 있는 김 감독이 두산을 가장 두려운 상대로 여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현대전서 단 1패도 당하지 않은 에이스는 리오스와 류현진이 ‘유이’하다. 하지만 리오스도 현대전 평균자책점이 5.40으로 가장 저조했다. 레이번(SK)은 현대전서 아직 승리를 따내지 못했고, 박명환은 시즌 4패 중 2패를 현대에 당했다. 그만큼 이택근-브룸바-이숭용으로 이어지는 현대 중심타선은 관록으로 무장한 녹록지 않은 상대다.
전략적 선택으로 챙긴 승수
잡을 경기만 확실히 잡아도 본전은 챙긴다. ‘곰 킬러’ 윤석민은 올해 거둔 6승 중 3승을 두산전서 따냈다. 평균자책점도 0.61로 특급 수준이다. SK에 ‘뺨 맞은’ 손민한도 두산에는 3승(1패), 평균자책점 1.91로 ‘화풀이’를 톡톡히 하고 있다.
1~3위 SK 두산 삼성에 1승5패로 부진한 류현진은 하위권팀을 상대로 착실히 승수를 쌓았다. LG전과 롯데전서 3승씩 따냈고, KIA전 2승, 현대전 1승을 추가했다. 레이번에겐 삼성(2승) LG(2승) 롯데(4승)가 ‘보약’이다.
미리 보는 포스트시즌
리오스에게는 현재 순위대로 페넌트레이스가 끝난다면 최상의 시나리오다. 리오스는 SK 삼성 한화를 상대로 총 100이닝을 던져 단 14자책점에 그쳤다. 14승 가운데 무려 8승을 챙겼다. 반면 류현진은 산 너머 산이다. 삼성(2패, 2.96) 두산(1승2패, 5.95) SK(1패, 7.94)로 만만한 상대가 하나도 없다.
LG가 4강에 오른다면 레이번으로선 껄끄러운 상대가 아닐 수 없다. 타선의 도움으로 LG전 2승은 따냈지만 19와3분의2이닝 11실점(9자책)으로 부진했다. 현대가 막판 역전극에 성공한다면 가장 싫어할 투수는 리오스다. 비록 1경기에 그치긴 했지만 5이닝 3실점으로 재미를 보지 못했다.
오미현 기자 mhoh2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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