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t Them FREE.(그들을 풀어 주세요)”
인질 석방협상에서 탈레반에 보상이 주어져서는 안 된다는 미국·아프간 정상회담 결과가 알려진 7일,
피랍자 가족들은 낙담한 표정이 역력했다. 그러면서도 양국 정부에 피랍자의 무사귀환을 도와줄 것을 눈물로 호소하면서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이날 경기 성남시 분당구 피랍자가족대책 사무실에 모인 가족 15명은 미국과 아프간 정부에 보내는 호소문을 내고 “위험을 무릅쓰고 빈곤과 분쟁이 있는 곳에 나눔과 사랑을 전하려 했던 이들의 숭고한 뜻을 헤아려 달라”고 당부했다. 가족 대표를 맡고 있는 차성민(30)씨가 호소문을 낭독하는 동안 다른 가족들은 영문으로 적은 무사석방 피켓을 들고 절규했다.
가족들은 “피랍자들의 석방과 무사귀환이 미·아프간 정상회담에 달려 있다는 기대감으로 밤잠을 이룰 수 없었다”며 “그러나 피랍자들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 빠졌고 고귀한 생명을 적극적으로 구원하는 데에 인색했다”고 실망감을 감추지 않았다.
가족들은 “피랍자들의 무사귀환은 양 나라가 추진하는 정책의 가치를 드높이고 그 진정성을 보여주는 강력한 증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탈레반 인질협상에 원칙론으로 일관하고 있는 양 정부의 인식 전환을 촉구하는 대목이기도 했다.
피랍된 한지영(34)씨의 어머니 김택경(62)씨는 “정상회담을 보면서 섭섭한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며 “피랍자들에 대해 일말의 언급도 없이 원칙만 고수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김씨는 또 "순수한 봉사정신 하나로 아프간에 간 사람들인데 전세계인들이 도와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인간의 존엄성을 생각해 세계인들이 나서달라"고 울먹였다.
서명화(29) 경석(27) 남매의 아버지 서정배(57)씨도 "두 나라에 책임을 묻지는 않겠다"며 "하지만 고통 받고 있는 피랍자와 그 가족들, 고귀한 생명을 생각해 구체적인 답이 나왔어야 했다"고 양국 정부의 결단을 촉구했다.
피랍자 가족 20여명은 호소문 발표 직후 서울 종로구 신문로2가 주한 사우디아라비아 대사관을 방문해 가족들의 입장을 전달하고 피랍자들의 무사 석방을 위해 사우디 정부가 협조해 줄 것을 요청했다.
성시영 기자 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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