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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어이없는 中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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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어이없는 中병원

입력
2007.08.08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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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北京) 시내 홍콩계 병원 비스타 클리닉은 7일에도 정상 영업중이다. 황정일 주중 공사가 지난달 29일 이 곳에서 항생제를 맞다 숨지는 어처구니 없는 사고가 발생했지만 병원은 아무일 없었던 듯 하루도 거르지 않고 문을 열고 있다. 황 공사를 치료했던 내과도 환자를 받고 있다.

의료 사고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병원은 사고 경위와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서라도 잠시나마 영업을 중단하고 진료 체계를 점검하는 것이 상식이고 도리이다. 오죽했으면 주중 한국대사관이 3일 “교민과 외국인들이 자주 이용하는 비스타 클리닉이 사고 후에도 정상 영업 중인데, 원인이 규명되기 전까지 안전을 위해서 교민들은 이용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했을까.

대사관 관계자는 “경위가 어떻든 병원측은 유족에게 따듯한 위로의 말이라도 전하는 게 인지상정인데, ‘부검 결과를 봐야 한다’는 식으로만 나온다”고 탄식했다. 병원측은 취재진에게 “위생 당국의 지시에 따라 어떤 입장도 밝히지 못한다”며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인상마저 풍기고 있다.

병원의 이런 태도는 의료사고에 대한 중국의 실태를 반영한다. 중국에서 의료사고가 나면 환자가 전적으로 입증책임을 져야 한다. 이 때문에 의료사고가 나도 병원은 오불관언이다. 그나마 형편이 나아서 외국인이 주로 찾는다는 비스타 클리닉이 이 정도라면 중국 일반 병원은 실상이 어떨지 짐작하고도 남는다.

항생제를 주사 받다 숨진 황 공사의 시신은 부검을 받기 위해 베이징의 다른 병원으로 옮겨져 있다. 벌써 열흘째 시신안치소에 싸늘하게 누워있다. 유족들은 서울로 모셔 장례를 치르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지만 그럴 경우 병원측이 더 호락호락하게 여길까 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교민들은 “신분과 지위가 보장된 외교관이 이 정도인데 일반 국민이야…”라며 말을 잇지 못한다.

이영섭 베이징 특파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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