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LG상사, 대우자동차판매, 호텔신라, SK케미칼의 공통점은?
각기 다른 업종의 대기업들 사이에 도대체 무슨 닮은 점이 있을까 싶지만 답은 있다. 모두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지분 10% 이상을 보유한 기업들이다.
간접투자 바람을 타고 자산운용사들이 국내 기업들의 새로운 대주주로 속속 등장하고 있다. 고객이 펀드에 맡긴 돈으로 기업들의 주식을 대거 사들인 결과다. 5%, 10% 이상 지분은 예사고 자산운용사가 최대주주인 기업도 있다. 믿음직한 기관이 투자하니 기업가치가 올라간다는 찬사도 있지만 펀드가 기업들을 쥐락펴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고개를 들고있다.
■ 대주주가 된 자산운용사
‘펀드 대주주 전성시대’의 선두주자는 증시의 큰 손, 미래에셋이다. 현재 주식형 펀드에만 22조원을 끌어들여 시장점유율 30%를 기록하고 있는 미래에셋은 32개 상장기업의 지분을 5% 이상 보유하고 있다. 이 가운데 10% 이상 보유기업만도 13개에 달한다.
한국투자신탁운용도 동원F&B와 제일기획, 호텔신라 등 26개 기업의 지분 5% 이상씩을 갖고 있다. 10% 이상 기업도 7개에 달한다.
자산운용사 펀드들이 파죽지세로 지분을 늘리다 보니 최대주주 지분율이 낮은 일부 대기업에선 웃지 못할 현상도 빚어지고 있다.
당초 최대주주였던 삼성카드 등 5개사의 지분율이 7.49% 밖에 안 되던 제일모직은 자산운용사들이 증시 흐름에 따라 매도와 매수를 거듭하면서 최대주주가 여러 번 바뀌었다.
5월에는 한국투신운용이 7.94%로, 지난달에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이 9.28%로 최대주주 자리를 주고 받았다.
호텔신라는 8월 초 현재 미래에셋자산운용이 13.36%, 한국투자신탁운용이 12.49%를 각각 보유, 최대주주인 삼성생명 및 특수 관계인의 지분(16.56%)에 근접했다.
■ 엇갈리는 평가
많은 전문가들은 일단 ‘펀드가 기업의 지분을 많이 갖는 게 나쁠 건 없다’고 진단한다. 대형투자자인 자산운용사가 많은 지분을 갖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해당 기업의 이미지나 주가에 긍정적인 효과를 미친다는 것이다. 실제 기관이 많이 가진 주식은 주가의 흔들림도 적다.
국내 펀드들은 경영권이나 단기차익을 노리고 달려드는 론스타, 칼 아이칸 따위의 사모펀드와 성격이 다르다는 점도 긍정적 평가의 근거다. 국내 자산운용사가 보유 목적으로 ‘경영참여’를 공시한 사례는 아직 없다.
다만 싱가포르계 템플턴자산운용만이 “투자대상기업이 원칙에 따라 운영되도록 소수 주주권 행사 등을 통해 경영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고 공시한 바 있다.
우리투자증권 박종현 리서치센터장은 “국내 기관투자가들은 경영권 인수보다 주주이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며 “기업 또한 투명성 강화에 열을 올릴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주요주주로서 경영권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은 상존한다.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은 지난해 미래에셋이 지분을 많이 확보하고 있는 기업들에 대해 “설비투자를 적극 권유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당시 박 회장은 “투자 권유가 경영권 간섭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선을 그었지만, 논란을 빚었다.
주요 주주의 ‘권력’이 언제든 남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당장 수익에 민감한 펀드들이 기업 사정에 아랑곳 않고 매년 높은 배당을 요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산 가격보다 주가가 떨어지면 높은 가격에 되사라고 강요하는 ‘그린메일’같은 부작용도 예상할 수 있다.
한국투자증권 조홍래 리서치센터장은 “펀드 스스로도 우량기업이라고 지분을 많이 늘렸다가 유통물량이 많지 않을 경우, 자칫 주가 변동기에 팔기 어려워지는 함정에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안형영기자 promethe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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