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인적자원부가 재개정한 지 한 달 남짓한 사립학교법과 이 법 시행령을 또 개정하려 하고 있다. 한마디로 어처구니가 없다. 사학법은 당초 열린우리당 주도로 2005년 12월 개정됐다가 사학과 야당의 재개정 요구에 밀려 지난 7월 3일 다시 개정됐다.
이렇게 두 차례 법을 고치는 과정에서 사학 관계자 및 야당 일부 의원의 삭발 시위가 벌어지는 등 국민적 갈등이 증폭돼 왔다. 지난달 사학법이 재개정됐을 때 우리가 환영의 뜻을 표한 것도 법률 개정으로 얻는 사학의 건전화 효과보다는 관련 세력들의 충돌과 갈등이 너무 극심했기 때문에 이 정도에서 소모적 논란을 접을 수 있다는 점 때문이었다.
헌법도 시대가 변하면 바뀐다. 하물며 하위 법률이야 개정의 필요와 합의가 있으면 바꾸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다 때가 있는 법이다. 이 문제에 관한 논란을 4년 가까이 하면서 진이 빠질 대로 빠진 상태에서 또 다시 개정 운운하는 것은 시의를 몰라도 너무 모르는 처사다. 교육부는 이번 개정 추진 대상 항목은 사소한 기술적인 부분이라고 주장한다. 그렇게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민주화운동 관련자 특별 채용, 고교 이하 사립교원의 임면 보고에 교원인사위원회 회의록 사본 제출, 사립교원 신규 채용 시험 방법 구체화 등의 내용은 상당한 논란을 불러일으킬 소지가 크다. 특히 사학의 입장에서는 또 다시 자율권이 오그라드는 것 아니냐는 피해의식이 생길 수도 있다.
재작년 12월 처음 개정된 사학법은 공포 이후에도 한동안 효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곧바로 재개정 논의가 치열해지면서 이해 당사자들이 어차피 또 개정될 것으로 보고 학교법인 정관 변경 등 법에 따른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시 교육부는 이를 사실상 묵인하는 등 법의 사문화에 일조했다.
어떤 식으로든 합의된 법률이라면 이행하도록 독려하고 감독하는 것이 행정부의 몫이다. 그런데도 또 다시 법률 개정을 추진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부총리급 부처가 이렇게 일의 선후조차 모르니 답답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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