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전(현지시간)까지 이틀간 계속된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과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의 정상회담에서 한국인 피랍자_탈레반 수감자 맞교환의 가능성은 열리지 않았다.
두 정상은 이날 회담이 끝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한국인 피랍 사태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음으로써 기존의 입장을 고수할 것임을 강력히 시사했다.
앞서 미 국무부 고위 관계자들은 “테러리스트에게는 양보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거듭 밝혔고 카르자이 대통령도 CNN 방송과의 사전 회견에서 “납치를 조장하는 협상은 안 된다”고 강조했었다.
정상회담이 돌파구를 열지 않았고 현재로서는 맞교환 이외 제시되는 해결책이 없기 때문에 한국인 피랍 사태가 장기화할 것이라는 우려는 커질 수 밖에 없게 됐다.
탈레반이 이 같은 결과를 최종적인 것으로 판단한다면 그들의 행동은 앞으로 크게 달라질 수 있다. 탈레반이 수감자 석방에 대한 기대를 버리고 협상의 목표를 몸값 등 한국 정부가 수용 가능한 것으로 바꿔준다면 그것은 가장 희망적인 경우에 해당한다.
물론 탈레반이 이와는 정반대로 극단적인 행동으로 미국과 아프간 정부에 맞서려는 모습을 보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탈레반 대변인인 카리 유수프 아마디가 이날 로이터와의 통화에서 “부시와 카르자이가 회담에서 맞교환에 동의하지 않으면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며 인질추가 살해 가능성을 경고했다.
미국이 탈레반에 대한 압박 수위를 어는 정도 수준까지 끌어 올릴지 예측하는 것도 쉽지 않다. 미국이 원칙을 고수하겠다는 것은 앞으로 대탈레반 압박을 이어가겠다는 것이지만 과연 미국이 압박 국면을 마무리하고 피랍자들의 안전을 책임질 수 있는 복안을 갖고 있는지는 매우 불투명하다.
압박의 최종적인 형태가 군사적 압박, 또는 군사작전에 의한 피랍자 구출 시도라면 거기에 따르는 위험은 고스란히 피랍자들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확인됐지만 카르자이 정부의 운신의 폭은 매우 제한돼 있다. 카르자이 대통령은 회담에서 재정지원 등 미국의 지원이 절실한 처지였고, 국내적으로 정치적 입지가 불안정한 상황이다. 때문에 한국인 피랍자 석방을 위해 특단의 조치로 모험을 감행할 여력이 별로 없다.
9일부터 아프간 수도 카불에서 열리는 부족장 회의(평화 지르가)에서 카르자이 대통령이 어떤 지도력을 발휘할 수 있을 지도 미지수다. 이러한 여건들은 탈레반과의 직접 협상을 추진하고 있는 한국의 입장에서는 결코 우호적인 환경이라고 할 수 없기 때문에 한국의 부담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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