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텅텅, 탕탕탕….’ 성산대교 위를 달리는 자동차들이 내는 둔탁한 소음 사이로 명징한 쇳소리가 울려 퍼진다. 소리는 육중한 철제 상판에 안전점검원들의 700g짜리 해머가 부딪치는 소리다. 맑고 깨끗한 소리는 여러 구조물들이 단단하게 결속돼 있음을 나타낸다.
6일 서울 마포구와 영등포구를 잇는 성산대교 밑.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 다리 붕괴 사고를 계기로 20개 한강 교량에 대한 특별안전점검이 시작됐다. 길이(상판기준) 1,034m , 폭 27m로 1980년 완공된 성산대교는 최근 정밀안전진단을 거치긴 했지만 94년에 무너진 성수대교, 이번에 붕괴된 미니애폴리스 다리와 같은 구조(트러스트교)여서 특별점검의 첫 대상이 됐다.
점검 대상은 ‘ㄱ’자 모양의 상판 구조물이 걸리도록 한 ‘ㄴ’자 모양의 교량 받침과 이 받침을 지지하는 ‘엔드 크로스 빔(End Cross Beam)’. 이 곳은 트러스트교의 구조 특성상 가장 취약한 지점이다. 성수대교도 엔드 크로스 빔이 찢어지면서 상판이 내려앉아 붕괴됐다.
복잡하게 얽힌 구조물 사이를 헤집고 다니며 점검 해머를 두드리던 한 점검원은 “볼트가 풀려 결속이 느슨해지거나 도료가 부풀어 오르면 (부식) 해머와 부딪치는 소리에서 곧장 신호가 온다”며 “80년대 이후 건설된 교량들은 이런 식으로 유지ㆍ관리만 제대로 해도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2시간 동안 실시된 점검 결과는 ‘이상무.’
성수대교 붕괴를 계기로 95년 제정된 ‘시설물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이뤄지는 교량 점검은 정기육안점검(주 2회), 정밀점검(2년에 1회), 정밀안전진단(5년에 1회) 등으로 구분되는데 이날처럼 특별점검도 한다. 서울시 건설안전본부와 한국시설안전기술공단이 점검하지만 10일까지 계속되는 특별점검에는 민간 전문업체 두 곳이 더 참가한다.
성산대교의 안전진단을 맡고 있는 동일기술공사 한상주(63) 기술연구소장은 “교량이 국가주요시설로 분류돼 안전점검은 심하다 싶을 정도로 이뤄지고 있지만 이를 관리하는 공무원들은 2, 3년 주기로 교체되고 있다”며 “전문업체에 용역을 줘도 최종 감독은 공무원의 몫인 만큼 공무원의 전문성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정민승 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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