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바지에 이른 한나라당 경선전이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 진영의 폭로전으로 극심한 혼탁상을 보이고 있다. 여론조사 방식을 둘러싼 설전에 이은 금품 살포ㆍ공작정치 공방으로 두 진영의 감정의 골이 깊어져, 이대로 가다가는 제대로 경선을 치를 수 있을지조차 의심스럽다.
이 전 시장 측은 박 전 대표 측이 대학생들에게 금품을 제공, 대운하 구상을 비방하는 이용자 제작콘텐트(UCC)를 제작하게 하고 합동연설회에도 동원했다는 내용의 관련자 녹취록을 공개했다. 이에 대해 박 전 대표 측은 대학생 정치의식 조사를 위한 용역을 가지고 음해공작을 펴고 있다고 맞섰다.
박 전 대표 측은 또 이 전 시장 진영의 핵심 관계자가 돈을 주고 고(故) 최태민 목사 관련 의혹을 폭로하는 기자회견을 하도록 했다며 관련 녹취록을 공개했다. 이 전 시장 측이 이를 부인한 것은 물론이다. 양측은 서로 상대방이 막판 판세가 불리해 초조해진 나머지 정치공작적 수법을 동원하고 있다고 열을 올렸다.
우리는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 측이 네거티브 공세에 매달리거나 무책임한 폭로 공방으로 치달을 경우 현재의 국민적 기대가 차갑게 식을 수 있다고 여러 차례 경고했다.
그러나 아프가니스탄 인질 사태 초기에 잠시 조용했을 뿐 금세 경선 잡음이 되살아나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워낙 시끄러운 폭로전이다 보니 도대체 무엇이, 어디까지가 진실인가는 점점 흐릿해지고, 서로 악쓰며 싸우는 모습만 또렷해진다.
이런 모습은 당원과 지지자, 국민이 애초에 즐기거나 구경하려고 했던 민주 경선과는 한참 거리가 멀다. 기쁨은커녕 ‘우리 민주주의 수준이 아직도 이 정도밖에 안 되는구나’ 하는 부끄러움만 안기고 있다. 10년 동안 야당 생활을 하고서도 아직 한나라당이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는 비난도 무성해지고 있다.
당 지도부나 경선관리위원회의 제 역할도 중요하지만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가 주변의 충성경쟁을 정리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런 자세는 국가 최고지도자가 되겠다는 사람이 갖추어야 할 기본 자질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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