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자란 힘든 직업이다. 기업 경영진은 경제학자들이 비용과 이익을 정확하게 산출하지 못한다고 공격한다. 박애주의자들은 경제학자들이 비용이나 이익을 너무 꼼꼼하게 따진다고 비난한다.
정치인들에게 경제학자들은‘희생 없는 번영’이라는 공약을 좌절 시키는 걸림돌이다. 버나드 쇼나 토마스 칼라일 등 저명한 문필가들마저 경제학자들을 모욕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칼라일이 경제학을‘우울한 과학’이라고 명명한 이래 경제학자들은 수난의 세월을 살아왔다.” 토드 부크홀츠의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 의 서두에 나오는 이야기다. 죽은>
▲‘국부의 성격과 원인을 탐구’한 아담 스미스의 <국부론> (1776)을 시조로 삼는 근대 경제학은 먹고 사는 문제의 법칙적 이해에 골몰하며 수많은 헌신적인 학자와 사상가들을 배출해왔지만, 칭송보다는 조롱과 공격의 대상이 되기 일쑤였다. 국부론>
때로는 부르주아 지배집단의 기득권을 옹호하는 도구로, 때로는 자본주의 체제의 전복을 꾀하는 불온한 무기로, 때로는 현실을 호도하는 난해한 수식의 유희로, 비판을 자초해왔다. 여기엔 세상의 과잉기대와 오해도 적잖이 작용했지만, 경제학의 본질과 대상을 초라하게 만든 후대 학자들의 책임이 더 크다.
▲‘economics’로 통칭되는 오늘날 경제학은 자원의 희소성을 전제로 효용과 이익을 극대화하는, 즉 개인의 합리적 선택의 문제에 집중한다. 이른바 ‘한계혁명’이 일어나기 전인 19세기 중반까지 ‘political economy’로 불리며 사회적 부의 본질과 재생산과정, 배분방식과 계급문제 등을 핵심 분석대상으로 삼았던 것과는 거리가 멀다.
그 자리에는 지금 수요와 공급의 잣대로 모든 사회현상을 치환해 버리는, 몰가치적이고 복잡한 도해와 방정식이 들어섰다. 하지만 경제학자들의 분석 및 예측력은 급변하는 사회상을 따라잡기에 여전히 역부족이다.
▲ 미국의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에 얼마 전‘경제학자들의 다섯 가지 거짓말’이란 글이 실렸다고 한다. 사회과학 중 가장 과학적이라고 주장해온 경제학에서 지금껏 금과옥조처럼 간직해온 이론들이 새롭게 전개되는 글로벌 경제상황을 전혀 설명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높은 생산성과 낮은 실업률에도 불구하고 미국 중산층들의 삶은 나아지지 않았고, 자본 자유화는 오히려 아시아 국가에 외환위기를 초래했으며, 사유재산권이 제한된 중국도 눈부시게 성장해왔다는 것 등이 그 사례다. 경제학이 타락을 넘어 사기의 단계로 진화한다는 비아냥 같은데, 이래저래 경제학자들은 고달프다.
이유식 논설위원 y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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