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권병현 전 대사의 한중수교 비망록] <15> 중국, 대만특사의 訪韓에 큰 관심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권병현 전 대사의 한중수교 비망록] <15> 중국, 대만특사의 訪韓에 큰 관심

입력
2007.08.06 00:08
0 0

베이징에서 열린 동해사업 제1차 예비회담 제2차 회의는 5월14일 오후 3시 같은 장소에서 2시간 30분 동안 진행됐다. 오후 회의는 변종규 청와대 국제안보비서관이 대만특사의 방한 내용을 설명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대만의 장언사(蔣彦士) 총통비서실장은 1992년 5월6일부터 9일까지 한국을 방문했다. 비록 우연이었겠지만 한중 양국이 수교를 전제로 한 비밀교섭을 준비하던 미묘한 시기였다. 장 특사가 입국하던 6일 오후 나는 이상옥 장관으로부터 수교교섭의 밀명을 받았다.

이 장관은 7일 오전 정부종합청사 집무실에서 장 특사를 면담했다. 노태우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장 특사를 접견했다. 장 특사는 이 자리에서 리덩후이(李登輝) 총통의 친서를 전달하고 한국이 중국과 경제관계만 유지하고 정치적 관계는 갖지 않도록 요망하는 한편 노 대통령 내외의 대만 방문을 바라는 리덩후이 총통의 뜻을 전달했다.

이상옥 장관의 장 특사 면담내용은 이미 외교채널을 통해 중국 측에 알린 바 있다. 따라서 우리측은 보안을 전제로 장 특사의 노대통령 면담 내용을 설명했다. 변종규 비서관은 대략 다음과 같은 설명을 했다.

‘장언사 특사는 한국과 대만 간 기존의 우호협력관계가 유지되고 계속 강화되기를 희망했다. 경제협력 방안의 하나로 대만의 국가건설 6개년 계획에 한국의 참여를 환영하며 한국의 경험과 기술이 필요함을 역설했다.

장 특사는 한중관계에 깊은 관심을 표명했다. 한국과 중국은 현재의 경제와 통상관계는 괜찮으나 정치관계는 한국의 통일에 장애가 될 것임을 말하고 한국내에 있는 대만대사관의 소유재산 처리에 대해 선처해줄 것을 요청했다. 아울러 노태우 대통령의 대만방문을 제안했는데 이를 3번이나 언급했다.’

중국측은 한중간 정치관계가 이뤄지면 한국의 통일에 장애가 된다고 대만이 언급했는데 이는 이미 한중간 정치관계 발전을 인식하고 있음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또 대만재산문제 제기는 대만측이 한중수교 가능성을 감지하고 언급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당시 한국측 답변에 대해 궁금해 했다.

우리 측은 노 대통령이 한중 정치관계 발전문제에 대해서는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다만 한국과 대만 간 협력관계가 계속 유지될 것이라는 점만을 언급했다고 설명했다. 또 대만재산문제에 대해서는 실무진으로부터 상세한 보고를 받지 못했다고 노 대통령이 답변했음을 들려주었다.

중국측은 거듭 감사의 말을 했다. 특히 대만 언론의 보도내용과 우리측의 설명을 비교하면서 대만측 보도내용과 같지 않다고 말했다. 한국측이 사실을 이야기해주어서 정말 고맙다는 무언의 표시로 해석됐다.

우리는 중국측이 장 특사의 방한에 대한 질문을 해와 대표단이 즉석에서 결정, 변 비서관으로 하여금 설명토록 했다고 강조했다. 우리의 진의를 중국이 잘 해석하기를 바란 것이다.

노대통령은 최근 발간된 ‘노태우 육성 회고록’에서 “한국이 자신들(대만)과 단교한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을 것이다” 고 말하고 “그 점에 대해 나는 그때나 지금이나 미안한 마음을 감출 수 없다. 나는 대만 측이 서운해 하면서도 우리 입장을 충분히 이해해줄 것으로 기대했다”고 회고했다.

노 대통령은 또 중국이 ‘국제사회에서 대만을 인정하려는 것을 막기 위해 불가피하게 한국과 수교할 수밖에 없다’고 북한을 설득한 것으로 풀이했다. 아울러 한국의 대만 지원을 차단하기 위해 중국이 한국과 수교를 한 것으로 중국의 외교력을 높이 평가했다.

당시 외무부 차관으로 동해사업 본회담 수석대표를 지낸 노창희 대사는 회고록 ‘어느 외교관 이야기’에서 ‘대만 특사 방한’편을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장언사 특사는 청와대에서 노태우 대통령을 면담하고 ‘중공은 북한에 대해 영향력 상실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한반도 통일을 방해하려 할 것입니다’라고 한중수교불가론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대만의 6개년 경제개발계획에 한국기업 참여를 대폭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에 대해 좋은 말로 응수했다. ‘우리는 새 친구를 얻기 위해 옛 친구를 저버리는 일은 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 후 대만이 한중수교 사전 통고를 받고 “노정권 운운” 하며 강한 배신감을 표출했던 까닭은 바로 노 대통령의 언급과 깊은 관련이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한중수교는 그 당시 대만도 중국도 북한도 노 대통령도 거스를 수 없는 도도한 역사의 흐름이었던 것이다.

한중문화청소년협회(미래숲) 회장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