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분기 5년6개월 만의 최악의 실적, 지난달 초 2004년부터 겸직해온 메모리사업부장에서 물러남, 3일 사상 초유의 정전 사태‥.’
화불단행(禍不單行)이라 했던가. 삼성의 반도체 신화를 일궜던 황창규 삼성전자 반도체 총괄부문 사장이 잇단 악재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황 사장은 3일 정전 사태가 나자마자 기흥 사업장으로 달려가 밤샘 작업을 하며 복구를 진두지휘 했다. 또 공급 차질을 우려하는 전세계 반도체 수요 업체들에 긴급 e-메일을 보내 반도체 공급에 문제가 없음을 강조했다.
그는 “정상화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어 정전사고에 따른 생산 차질분까지 커버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지만, 표정은 밝지 않았다.
이번에 사고가 난 기흥 공장 K2지역은 낸드 플래시 메모리를 주로 생산하는 곳이다. 낸드 플래시는 오늘의 황 사장을 있게 한 상징적인 제품. 황 사장은 1999년 256메가 낸드 플래시 메모리 개발을 시작으로 지난해 32기가 제품을 발표할 때까지 해마다 반도체 집적도를 2배로 늘리는 ‘황의 법칙’을 입증해 보였다.
특히 2001년에는 일본 도시바의 제휴 요구를 뿌리치고 이건희 회장에게 낸드 플래시 기술의 독자 개발을 건의, 현재 45%의 세계시장 점유율을 기록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했다.
그러나 올 들어서는 시련의 연속이다. 올해 상반기 D램 가격이 70%나 폭락하면서 실적 악화로 메모리사업부장직을 내놓아야 했다. 황 사장은 이후 좋아하던 골프도 끊은 채 반전의 기회를 노려왔다. 그는 내심 올 하반기 반도체 상승을 이끌 기대주로 낸드 플래시를 꼽고 있었다. 최근 애플의 아이폰 출시 등으로 낸드 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의 이번 사고는 그의 재기가도에 돌부리가 될 수 있다. 메모리 반도체 세계 1위라는 삼성전자의 자존심에 큰 흠집이 났음은 물론이다. 사고 원인이 불가항력적 요인이 아니라 관리 부실로 판명 날 경우 책임론도 불거질 전망이다. 황 사장은 9월 ‘황의 법칙’이 8년째 입증됐다는 낭보 발표를 앞두고 있다. 그의 거취가 주목된다.
박진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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