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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승우… 신들린 '맨 오브 뮤지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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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승우… 신들린 '맨 오브 뮤지컬'

입력
2007.08.06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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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 감옥의 문이 열리고 무대 왼편 2층에서 신성모독죄로 끌려 온 세르반테스, 아니 조승우가 등장한다. 객석 여기저기서 여성 관객의 탄성이 터져 나왔다. 감옥에 있는 다른 죄수들과 함께 즉흥극을 벌이기 위해 세르반테스가 돈키호테 분장을 하는 모습에도 관객의 반응은 여전히 돈키호테가 아닌 조승우를 향한 것이었다.

그러나 극이 진행되면서 무대도, 객석도 숨을 죽인 채 공연에 빨려 들어갔다. 3일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 의 첫 공연에서, 가벼운 마음으로 배우 조승우를 보러 왔던 관객은 꿈과 이상의 힘을 노래하는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 의 진짜 매력을 발견했다.

한국 뮤지컬계 최고의 ‘티켓파워’ 조승우의 출연 사실만으로 일찌감치 화제가 된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 가 드디어 공개됐다.

한국에서는 2005년에 <돈키호테> 라는 제목으로 초연된 <맨 오브 라만차> 는 브로드웨이에서 1965년에 초연돼 5차례나 리바이벌된 뮤지컬의 고전. 미구엘 드 세르반테스의 소설 <돈키호테> 를 바탕으로 감옥에 갇힌 세르반테스가 감옥 안에서 죄수들에게 자신의 소설 <돈키호테> 를 극중극으로 들려주는 내용이다.

세르반테스와 돈키호테의 1인 2역을 한 조승우는 “천재 연기자”라는 많은 연출가들의 평가 대로 역시 기대 이상의 연기를 보여줬다. 하지만 관객을 극장까지 오게 한 것이 조승우의 힘이라면 관객의 마음을 연 것은 조승우 혼자만의 공은 아니었다. 첫 공연이 기립 박수로 마무리 된 것은 젊고 실력 있는 캐스트들의 고른 활약 덕분이다.

특히 이 남자 저 남자에게 짓밟히며 사는 밑바닥 인생을 울부짖듯 노래하는 알돈자 역의 김선영은 탁월한 가창력을 바탕으로 또 다른 주인공으로서의 몫을 톡톡히 했다. 그 누구보다 고통스런 삶을 살던 알돈자까지 돈키호테의 이상을 향한 의지에 설득당하는 모습에서 현재의 삶을 고통스러워 하는 관객들도 희망을 찾을 수 있게 된 때문이다.

엉뚱한 표정이나 행동에서 나오는 잔재미는 산초 이훈진이나 여관 주인 최민철 등이 책임진다.

자신이 기사가 아닌 그저 보잘 것 없는 노인이라는 현실을 깨닫고 쓰러졌던 돈키호테가 알돈자의 격려에 힘입어 “이룰 수 없어도 주어진 길을 가겠다”는 새로운 의지를 다지는 것으로 <맨 오브 라만차> 는 끝을 맺는다. 이상과 꿈을 포기하지 말라는 것이 작품의 메시지이자 매력인 셈이다.

다소 무겁지만 클래식한 분위기가 돋보였던 2005년 공연에 비해 밝고 가벼운 톤을 강조한 것은 꿋꿋이 제 갈 길을 가던 돈키호테가 현실과 타협한 듯한 감이 없지 않다. 하지만 대중성 코드를 살린 덕분에 보다 많은 이들이 잊었던 자신의 오랜 꿈을 되새기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듯하다. 9월 2일까지 LG아트센터. 1588-5212

김소연 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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