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은행권에 빠르게 확산되고 있지만, 그 속까지 들여다보면 얘기는 좀 달라진다.
비정규직 출신들은 기존 정규직과 직무에 구별이 있고 그에 따른 임금 차이 역시 여전해 ‘반쪽 정규직’,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중간이란 뜻의 ‘중규직’이란 말까지 나오고 있다.
정규직화의 스타트를 끊은 우리은행의 경우 분리직군제를 도입하면서, 정규직으로 전환된 비정규직 출신들을 사무지원직군, 고객만족직군, 개인금융서비스직군 등으로 분리시켰다.
정년보장은 물론 휴가, 유아휴직제도, 경조금과 자녀 학자금 지원 등에서 정규직과 같은 대우를 받지만, 임금은 비정규직일 때와 마찬가지로 고정된 채 정규직의 80~85% 수준만 받고 다른 직군으로의 이동은 과장에서 차장으로 승진할 때나 가능하게 했다.
외환은행과 기업은행은 ‘무기계약’이라는 방식을 도입했다. 무기계약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중간 단계로, 비정규직식의 계약기간이 정년까지 이어진다는 뜻이다.
무기계약자는 고용이 보장되고 정규직과 복리후생 수준이 같은 반면, 직무는 종전에 하던 것 그대로다. 임금 역시 정규직보다는 적게 받는다.
외환은행은 지난 달 비정규직 1,000여명을 무기계약자로 전환하기로 노조와 합의했고, 기업은행 올해 안에 160명은 정규직으로, 540명은 무기계약으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고용을 보장했다.
반면 부산은행은 정규직으로 전환된 비정규직에 기존 정규직과 동일한 임금체계를 적용해 눈길을 끌고 있다. 부산은행은 기존 정규직 임금체계(1~6급)에 7급을 신설, 정규직으로 전환된 600명에게 적용했다.
비록 임금은 근무년수가 같은 정규직보다 낮은 대우를 받지만, 임금 상승 등에서는 차별을 받지 않고 직무에 대한 구별 역시 없다.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돌린 은행들 가운데, 부산은행은 가장 전향적 방식을 취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금융산업노동조합 관계자는 “기존 정규직과 직무와 인사체계가 별도로 적용되는 현재 정규직화 방향은 정규직과의 차별을 고착화한다는 문제점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은행권 관계자는 “임금 승진 직무 등에서까지 완전 동등 처우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힘들다”고 말했다.
최영윤기자 daln6p@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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