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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계 앙팡테리블' 변웅필 드로잉 개인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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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계 앙팡테리블' 변웅필 드로잉 개인展

입력
2007.08.06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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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그러진 얼굴의 민머리 자화상으로 단숨에 미술계를 사로잡았던 변웅필(37)씨. 그가 강렬했던 자화상의 충격을 지우기라도 하려는 듯 연필과 수채물감으로 소담하게 그린 드로잉들을 선보인다. 서울 인사동 갤러리 두아트에서 8일부터 시작되는 변웅필 드로잉전 ‘설레임’이 그것.

“원래 이런 드로잉 작품들이 제 유화 작업보다 먼저였어요.” 2일 갤러리에서 만난 작가는 “얼굴 유화가 워낙 강한 인상을 남겨서 그런지 유화만 하는 줄 알고 있는 분들이 많다”며 “조각이나 드로잉,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10년간의 독일 유학을 마치고 지난해 귀국, 민머리 자화상으로 화제를 모은 그는 한국 국제아트페어(KIAF)에서 순식간에 작품이 ‘품절’되면서 미술계의 ‘앙팡 테리블’로 떠올랐다. 작고 담백한 그림들을 통해 반짝이는 위트와 감수성을 드러내는 이번 전시는 작가의 ‘뜻밖의’ 세계를 엿볼 수 있는 기회다.

이번에 선보이는 작품들은 부부싸움, 여고동창, 가족 등 일상의 흔하디 흔한 사건과 관계들이 소재를 이룬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뭔가 낯설고 인위적이다.

“의미란 애초부터 주어지는 게 아니기 때문에 보는 이가 사물과 형상의 어우러짐을 통해 스스로 의미를 부여하고 해석할 수 있도록 했죠.”작가는 “내 작업엔 줄거리라는 게 없다”며 “내 생각 속의 무엇을 그림으로 설명하는 게 아니라 보는 사람이 그림을 통해 상상하며 줄거리를 만들도록 하는 게 작품의 의도”라고 설명했다.

드로잉 속의 인물들은 그 구체성이 탈색됐다는 점에서 유화 초상화의 인물들과 비슷하다. 스스로를 모델로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가 그리는 인물들은 한결 같이 고유명사가 아니라 일반명사. “그림 속의 인체들은 성별이나 나이, 사회적 지위 같은 객관적인 구별이 거의 없어요.

모호한 인체형상을 연필선으로 먼저 드로잉한 후 옷을 입히거나 머리카락을 그려넣어 특정인인 것처럼 표현하지만, 특별한 의미는 없죠. 제가 표현하려는 건 그들이 누구인가가 아니라 인체의 형상이니까요.”

원통의 민머리에 눈썹은 없고, 눈과 콧구멍과 입술만 환기구처럼 남아 있는 뚱한 얼굴은 반복된 인체 드로잉을 통해 창조해낸 작가만의 고유한 형상이다. 사연과 개성 같은 구체적 요소들은 다 털어내고 남은 오롯한 본질로서의 인간. 그들에게서 어떤 사연과 이야기를 읽어낼지 보는 이의 몫이다. 전시는 26일까지. (02)738-2522

박선영 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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