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겨울을 나러 강남으로 갔던 제비들이 올해 3월4일 돌아왔다. 지난해(3월20일)보다 16일이나 빨랐다. 전문가들은 제비가 겨울을 난 중국의 동남부 지역과 한반도의 평균기온이 크게 오른 것에 주목하고 있다.
5일 국립공원관리공단에 따르면 지난해와 올해 중국 상하이(上海)와 푸저우(蒲州), 홍콩 등을 거쳐 전남 신안군의 홍도 지역을 지나 한반도로 들어오는 봄 철새 84종의 첫 도래일을 비교한 결과, 제비 등 14종(1아종 포함)이 평균 18.9일 빨랐다.
지난해 4월29일 처음 관측됐던 물총새는 올해 무려 36일이나 빠른 3월7일 첫 모습을 나타냈다. 해오라기는 32일, 칼새와 흰배멧새는 31일이 앞당겨졌고, 휘파람새와 쇠붉은뺨멧새도 각각 28일, 20일이 빨라졌다. 반면 되새와 검은딱새 등 2종은 지난해보다 각각 16일, 6일 늦게 들어왔다.
공단측은 철새들의 빠른 귀환을 기온상승에서 찾고 있다. 이들 철새가 이동해 오는 길목인 상하이 푸저우 홍콩과 홍도의 올해 3월 평균최저 기온은 지난해에 비해 크게 상승했다.
푸저우가 2도로 가장 많이 올랐고 홍콩은 1.9도, 상하이는 1.4도, 홍도는 0.5도 상승했다. 기후변화가 철새의 이동시기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철새들이 기온이 오르자 일찍 번식지역으로 이동해 번식시기를 앞당기려 한다는 설명이다.
채희영 국립공원연구원 철새연구센터장은 “유럽 등에서 기후변화와 철새의 이동시기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지만 이번처럼 기온이 급상승하고 철새의 이동시기가 눈에 띄게 빨라진 것은 매우 드문 현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관측결과를 봄 철새의 한반도 도래가 빨라지고 있는 것으로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올해 철새의 조기귀환 현상이 기온급상승으로 인한 일시적인 현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에 활용된 비교분석 자료는 철새연구센터가 2005년 홍도에 설립돼 365일 관측시스템을 가동한 이후 2년간의 데이터만을 비교했기 때문이다.
실제 제비의 경우 보통관측이 이뤄지던 2003년엔 3월28일, 2004년 3월31일, 2005년 4월8일로 첫 도래일이 점점 늦어지는 경향을 보이다 365일 관측시스템이 가동된 2006년에는 3월20일로 18일이나 갑자기 앞당겨졌다.
채희영 센터장은 “이번 연구결과는 짧은 기간의 자료를 분석한 것으로 기후변화와 철새 이동시기 변화간의 직접적인 인과 관계를 확인하기에는 다소 어려운 점이 있다”며 “하지만 장기적으로 기후변화의 지표종으로 조류를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동국기자 d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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