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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훈의 곤니치와] "히로히토, A급 전범 합사 반대"… 야스쿠니 참배 그래도 계속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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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훈의 곤니치와] "히로히토, A급 전범 합사 반대"… 야스쿠니 참배 그래도 계속되나

입력
2007.08.06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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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경화가 진행되고 있는 일본에서는 과거사 문제가 쳇바퀴처럼 돌고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역사교과서 문제가 시들하면 독도 문제가 부상하고, 군대위안부 문제가 잠잠해지면 야스쿠니(靖國)신사 문제가 시끄러웠다. 특히 8월은 ‘야스쿠니 문제의 달’이다. 한국 언론사의 도쿄 특파원들이 야스쿠니 문제에 신경을 곤두세워야 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올해도 뜨거운 8월이 찾아왔다. 한 시민단체는 보수ㆍ우익 성향의 정치가인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 도쿄도지사의 8ㆍ15 참배를 막아야 한다며 목청을 높이고 있다. 8ㆍ15 참배 공약을 강행했던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전 총리와는 달리 후임인 아베 신조(安倍晋三)총리가 8ㆍ15참배를 할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그렇다고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다.

이 상황에서 침략전쟁 당시의 천황 히로히토(裕人ㆍ1901~1989)가 A급 전범의 야스쿠니 합사를 우려했다는 것이 밝혀졌다. 4일자 도쿄신문에 따르면 그는 A급 전범의 합사에 대해 “전사자의 영령을 달래는 신사의 성격이 변질된다”“전쟁 관계국가와의 사이에 장래 깊은 화근을 남길 것”이라고 걱정했다.

시종장이었던 도쿠가와 요시히로(德川義寬ㆍ작고)가 히로히토의 와카(和歌)선생이었던 오카노 히로히코(岡野弘彦ㆍ83) 시인에게 전한 천황의 ‘말씀’이었다.

물론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7월 닛케이(日經)신문이 보도한 ‘도미다 메모’에서도 히로히토 천황의 본심이 알려졌다. 도미다 아사히코(富田朝彦ㆍ작고) 궁내청장관이 기록한 메모는 그가 A급 전범 합사에 대해 강한 불쾌감을 표시한 후 “그래서 나는 이후 참배하지 않았고, 그것이 내 마음”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4월 아사히(朝日)신문이 보도한 히로히토의 시종 우리베 료고(卜部亮吾ㆍ작고)의 일기에서는 ‘직접적으로는 A급전범 합사가 어의에 맞지 않았다’(2001년 7월 31일 일기)는 내용이 소개됐다.

그러나 주류 보수ㆍ우익 인사들은 이를 무시했다. “(도미다 메모에) 천황의 진의가 반영됐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천황이 A급 전범 합사 그 자체에 불쾌감을 표시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천황의 정신이 정상인 상태에서 한 말이 아닐 수 있다” 는 등 오히려 큰소리를 쳤다. 도쿄신문의 보도는 이 같은 우익 세력의 반발을 잠재울 수 있어 큰 의미가 있다.

일본에서 천황의 존재는 상상 이상으로 크고 무겁다. 천황 스스로가 A급 전범을 합사한 야스쿠니 신사에 문제가 있고, 그래서 자신도 참배를 중단했다는 것이 더욱 확실해진 상황에서 일본의 정치 지도자들이 어떤 행동을 취할지 주목된다.

도쿄=김철훈 특파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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