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럽게 미국을 방문한 각당 원내대표를 포함한 한국 의원대표단은 미 정부, 의회 인사들을 면담한 자리에서 ‘테러리스트와는 협상하지 않는다’는 미측의 확고한 입장을 거듭 확인하는데 그쳤다. 미측으로 하여금 강경한 원칙적 입장에 대한 언급을 되풀이하게 했다는 점에서 되려 혹을 붙인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2일 의원대표단을 면담한 니컬러스 번스 미 국무부 차관은 미국은 사태해결을 위해 한국 정부에 모든 정보를 제공하는 등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으나 테러리스트들에게 양보할 수 없다는 미국 정부의 기존 방침은 확고함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번스 차관은 탈레반 수감자들을 풀어주면 이들은 미군 뿐 아니라 한국군을 다시 공격할 것이라며 피랍자-수감자 교환에 대한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고 면담에 참석했던 김원웅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장은 3일 밝혔다. 번스 차관은 또 납치범들과 협상을 하면 더 많은 납치사태가 일어날 것이라며 몸값 지불에도 반대 입장을 밝혔다고 김 위원장은 덧붙였다.
민주당 소속 톰 랜토스 미 하원 외교위원장도 3일 한국 의원대표단과의 면담에서 사태 해결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면서도 “내 손자가 잡혔어도 탈레반과는 협상하지 않겠다”고 말하기까지 했다.
랜토스 위원장은 “테러리스트들에게 양보를 하면 더 많은 테러와 납치가 벌어지고 그 동안 쌓아온 모든 것이 무너질 것”이라며 정부측 인사들보다도 더 강경한 시각을 갖고 있음을 드러냈다.
그는 또 “아프간 사태는 미국 뿐 아니라 유럽과 한국을 비롯한 모든 문명사회가 대처해야 할 문제”라며 “한국군의 아프간 조기 철수는 유감이며 오히려 아프간에 병력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워싱턴=고태성특파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