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표현의 ‘빗장을 지르다’는 흔히 마음이라는 단어와 결합해 내면의 폐쇄성을 묘사하는 데 쓰인다. 그러나 이 곱고 예쁜 빗장들을 보고 있노라면 이것은 잠금장치가 아니라 오히려 저를 풀어헤쳐달라는 유혹의 손길처럼 보인다.
조선시대 전통가옥의 빗장 70여점을 모은 ‘빗장’전이 서울 대학로 쇳대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다. 잠금장치 전체가 빗장이라는 말로 통용되고 있지만, 빗장은 전통가옥의 여닫이 대문 안쪽에 가로지르는 목재 막대를 일컫고, 빗장을 사용하기 위해 양쪽 문에 부착하는 빗장걸이는 둔테라는 말로 별칭한다.
이번 전시의 주인공은 장식성과 상징성을 통해 조상들의 해학적 미감을 보여주는 둔테. 전통적으로 장수와 수호를 상징하는 거북 모양이 둔테에 많이 사용됐는데, 이는 딱딱한 등딱지와 한번 문 것은 절대 놓지 않는 거북의 습성이 한 집안의 수호방패 역할을 해주리라는 믿음 때문이었다.
게다가 거북머리는 남성의 생식기를 상징, 생명과 다산, 번창의 의미까지 담고 있어 둔테로 제격이었다.
거북 외에도 길상한 것으로 여겨지는 다양한 동물 모양이 둔테로 제작됐다. 각각의 둔테가 보여주는 다채로운 무늬와 색감은 일상생활 속에서도 멋을 추구했던 조상들의 인테리어 감각을 엿보게 한다. 전시는 14일까지. (02)766-6494
박선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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