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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 국경일에 웬 佛국가? 레테름 차기 총리 자질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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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 국경일에 웬 佛국가? 레테름 차기 총리 자질시비

입력
2007.08.06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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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 차기 총리, 당신을 프랑스 애국자로 모십니다.”

얼마전 총선에 승리한 벨기에 기독민주당의 당수인 이브 레테름 차기 총리가 국경일에 자국 국가 대신 이웃 프랑스의 국가를 잘못 부르면서 자질 시비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BBC 방송과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 인터넷판에 따르면 레테름 차기 총리는 벨기에 초대 국왕 레오폴드 1세의 취임일을 경축하는 행사에서 망신살이 뻗쳤다.

레테름은 그날 기자들이 국가 ‘라 브라방콘’을 부를 줄 아냐는 질문을 받자, “안다”면서 몇 소절을 힘차게 불렀는데, 레테름이 정작 부른 것은 벨기에의 국가가 아닌 비슷한 행진곡풍의 프랑스 애국가 ‘라 마르세즈’여서 주위를 당혹스럽게 했다. 벨기에 국가는 1830년 프랑스계 혁명가가 작사 작곡했으며, 그는 후에 네덜란드와 벌인 독립전쟁 와중에 목숨을 잃었다.

당시 분위기가 이상해지자 겸연쩍어진 레테름은 노래를 멈추고 “사실은 국가를 부를 줄 모른다”고 실토하며 사과, 해프닝으로 일단락되는가 싶었다.

하지만 다음날 레테름의 어처구니 없는 행태를 담은 장면이 현지 RTF TV를 통해 방영된 데 이어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를 통해 급속도로 전파되면서 파문이 일파만파로 번져 나갔다.

여기에 더해 기념식에서 국가 제창을 하는 레테름이 실제로 노래를 부르지 않고 입만 달싹거리는 화면까지 등장하자, 국민의 비난 여론이 들끓게 됐다. 또 레테름은 7월21일을 레오폴드 1세의 취임일이 아니라 ‘헌법공포일’로 착각하는 실수까지 저질러 국민을 더욱 격앙하게 만들었다.

때문에 앞서 알베르 2세 국왕이 레테름을 차기 총리로 지명하고 조각을 위임한 것을 취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네덜란드계인 레테름은 지난해에는 프랑스어 신문과 인터뷰에서 프랑스어권 주민들이 공용어인 네덜란드어계통의 프레미쉬어를 익힐 만큼 머리가 좋지 않다고 발언,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미스터 플랑드르’라는 별명까지 붙을 정도로 네덜란드어 지역의 권익 우선에 열심인 레테름에 대해 23일 실시된 여론조사에 응한 사람 중 4분의 1은 ‘끝내 벨기에를 분열시킬 인물’이라고 혹평했다.

파문이 커지자 레테름은 뒤늦게 국민 4명 가운데 세 명꼴로 3개 공용어로 된 국가 중 어느 것도 모른다는 조사 결과를 들먹이며 진화에 나섰지만 좀처럼 비판의 목소리가 잦아들지 않고 있다.

이정흔 기자 vivalun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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