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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책] 계몽의 변증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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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책] 계몽의 변증법

입력
2007.08.06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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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도르노ㆍ호르크하이머 / 문학과지성사인류는 왜 야만에 빠졌나 "세계에서 가장 어두운 책"

독일의 철학자 T W 아도르노가 1969년 8월 6일 66세로 사망했다. 그는 신좌파 자본주의 비판이론의 산실인 프랑크푸르트 학파의 1세대 중심 인물이다. 마르쿠제, 에리히 프롬, 벤야민 등이 그와 함께 1세대에 속한다면 하버마스가 이들의 뒤를 이은 2세대 학자다.

“아우슈비츠 이후에 서정시를 쓰는 것은 야만이다.” 아도르노의 말 중에 아마 대중적으로 가장 널리 알려진 건 이 말일 것이다. 이 말처럼 그의 사상을 낳게 한 결정적 체험은 파시즘과 2차대전이었다.

이성을 기반으로 한다는 서구 문명이 파시즘의 광풍에 여지없이 무너지는 것을 본 그는 ‘합리성’ ‘역사의 진보’ 같은 개념을 부정하고, 인간에게 희망은 없다는 고통스러운 비관주의로 자신의 사상을 키워나갔다.

호르크하이머와 공저한 <계몽의 변증법> (1947)은 “왜 인류는 진정한 인간적 상태에 들어서기보다 새로운 종류의 야만 상태에 빠졌는가” 하는 물음에서 출발, 오디세우스 시대부터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근본적 성찰을 시도한 책이다. 하버마스가 이 책을 “세계에서 가장 어두운 책”이라고 한 이유다.

우리가 흔히 쓰는 ‘문화산업’이라는 말은 이 책에서 아도르노가 처음 사용한 개념이다. 1938~1949년 미국 망명 중 목도한 대중문화와 상업주의의 결합을 그는 이 용어로 개념화했다.

자본주의사회에서 상품으로 생산되고 판매되는 문화는 그것을 소비하는 피지배계급의 의식을 기만하고 체제를 영속화하기 위한 지배계급의 가장 강력한 무기이며, 문화의 퇴보였다.

아도르노는 문화적 위기의식을 말한 것이었지만, 지금 이 용어는 대부분의 경우 그 비판적 의미는 사라진 채 할리우드식 문화상품 생산, 유통, 소비의 전 과정을 지칭하는 의미로 사용된다.

하종오 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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