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입시에서 고교내신이나 수능시험 뿐 아니라 개인 환경과 소질, 잠재력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입학사정관제가 2009년부터 본격 실시된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는 올해 서울대 등 10개 대학을 시범대학으로 선정했다.
서울대는 앞으로 특별전형 등 수시모집 뿐 아니라 전체 신입생 모집과정에 이 제도를 도입할 계획이라고 한다. 취지가 합당하며 선진국에서 검증된 제도이므로 시도해볼 만하다고 판단한 것 같다.
하지만 서둘러 시행하기엔 우려되는 바가 적지 않다. 지금의 특별전형이 입학사정관제로 전환되고 대상이 확대될 경우 그 객관성을 어떻게 담보할지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없다.
대교협이 모델로 삼는 미국의 버클리대학이나 일본 AO(Admission Officer) 입학제의 경우 수십 명의 사정관이 학생 개개인의 10여 개 항목을 검증한 뒤 1~5점씩 부여해 종합점수를 매기고, 입학 후에까지 그 점수를 검토ㆍ보증하고 있다. 이런 객관성이 사회적으로 인정 받는 덕분에 ‘시험점수보다 중요한 사정점수’제도가 정착될 수 있었다.
우리 대학들은 나름대로 유사한 제도를 이미 시행하고 있다. 서울대는 지역균형선발제와 농어촌특별전형 등에서 입학사정관제의 취지를 살리고 있고, 고려대 연세대 성균관대 등에서도 유사한 특별전형을 하고 있다.
대교협이 일부 예산을 지원하게 되면 대학은 3~5명의 사정관을 새로 두게 된다고 하는데, 이것으로 수치화하지 않은 학생의 능력을 지금보다 얼마나 다르게 선별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제도 명칭만 바꾸어 지원금을 받는 꼴이 될 수도 있다.
또 하나 간과해선 안 될 것은 대학의 자율성이다. 제도의 본질은 사정관들이 자신의 대학에 적합한 인재를 선발하는 것이며, 따라서 기준과 방식이 자율적으로 정해져야 한다.
대교협이 마련한 입학사정관제에 대해 많은 대학들이 “필요성은 인정하나 자율적으로 하겠다”며 신청을 거부했다. 사정점수의 객관성이 담보되기 어려운 상태에서, 대학이 충분한 신뢰를 얻기 전에 이 제도가 일률적으로 확대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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