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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희의 막전막후] 봇물 터진 지방 연극제, 판타지 일색 아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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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희의 막전막후] 봇물 터진 지방 연극제, 판타지 일색 아쉬워

입력
2007.08.04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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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지방은 지금 연극제의 계절이다. 1990년대 중반 지방자치제 실시 이래 축제 유치 경쟁이 낳은 산물일까? “민주주의란 예술과 시의 융성과 발전 없이는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시인 월트 휘트먼은 말했다.

예술 중에서도 연극은 고대 희랍극 경연대회에서 볼 수 있듯 민주주의가 존재할 수 있는 기반인 ‘대화와 비판, 사유의 공유ㆍ참여’를 가능하게 해주는 장르다.

여기에 세계화 시대, 국경과 지역을 넘나드는 문화 교류의 필요성까지 겹친다.

대부분의 연극제들이 해외초청작들로 프로그램을 장식하고 있는 데는 이유가 있다. 연극은 지구적 의사소통이 가능한 인류 공통의 언어다. 그런데 이를 지향하다 보니 언어의 장벽을 넘는 탈언어, 비언어적인 퍼포먼스들의 유치가 강세를 띤다. 게다가 연극제 대부분이 야외극을 선호하고, 휴가철 관광상품으로서의 특수를 기대하느라 이미지와 행위 중심 경향은 더욱 강화될 추세다.

스즈키 타다시의 ‘토가 페스티벌’처럼 우리 연극양식을 세계연극계에 널리 알리는 창구로 성장할 가능성을 품고 있는 밀양여름공연예술축제의 경우도 이러한 경향은 예외가 아니다.

해외초청 공연작 중 극단 이케노시타의 <광인교육> (사진)을 예로 들면, 이 연극은 폐교 교실을 극장공간으로 바꾼 실내에서 자막 없이 진행된다. 일본의 대표적 실험연극인 테라야마 슈지 특유의 시적인 언어를 제거해 버리니 ‘일상을 파괴하는 파시즘의 광기’라는 앙상한 주제 전달과 마리오네트적 신체연기로 양식화된 건조한 실험의도만이 남는다.

이미지 컨셉의 강요는 아무래도 철학과 사유로 이어지지 않고, 토론은 배제될 수밖에 없다. 8월에 집중된 연극제들이 한여름밤의 꿈과 같은 판타지를 제공하고, 추억으로 저장되기를 바라는 소망의 수준에서 한 걸음 더 욕심을 낼 수 있어야 한다.

밀양여름공연예술축제는 연희단거리패의 <오구-죽음의 형식> 과 <브레히트의 학습극 워크숍> 등을 끝으로 5일 막을 내린다. 한창 축제 분위기가 달아오른 거창국제연극제, 춘천인형극제는 15일까지 열리고, 경북 성주 성밖숲에서는 전국민족극한마당이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9~12일). 캐나다 페루 스페인 등 다양한 문화권의 해외초청작들로 차별화한 양평세계야외공연축제도 눈에 띈다(10~14일). 다채로운 무료공연으로 구성, 문화유산현장과 어우러지는 연극을 한껏 즐길 수 있는 수원화성국제연극제도 관객 맞이를 준비 중이다(16~25일).

도시 성장의 필수요건은 건축물 등 문명의 거탑 너머 풍요로운 삶의 질을 제공하는 것, 연극이 지방자치와 만나는 이유다. 도시를 역동적으로 만드는 중심에 연극이 뜨겁게 서 있다.

극작ㆍ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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