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명박 전 시장측과 박근혜 전 대표측이 3일 여론조사 설문 문항을 지지도 조사로 할지 선호도 조사로 할지를 두고 양보 없이 맞서는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후보로 누구를 지지하느냐’는 방식은 지지라는 적극적 행위가 전제 돼 있어 ‘누가 되는 것이 좋으냐’며 단순 선호를 묻는 선호도 보다 응답률이 떨어진다. 당연히 지지 층의 충성도가 높으면 지지도 조사가 유리하고, 그렇지 않으면 선호도 방식이 낫다. 지지율은 이 전 시장에 비해 뒤지지만 지지층 응집력이 상대적으로 강하다고 평가되는 박 전 대표측이 지지도 채택을 주장하는 이유다.
실제로도 그랬다. 선호도와 지지도를 동시에 물어본 YTN-글로벌 리서치 조사를 보면 선호도와 지지도 조사간에 2~4%포인트 차이가 났다. 지지도로 질문 할 경우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간의 격차가 선호도 방식으로 물었을 때 보다 줄어든 것이다.
한나라당 경선 룰에 따르면 현장 선거인단 18만4,709명 가운데 60%가 투표했다고 가정할 경우 여론조사 1% 포인트는 약 300표다. 질문 방식에 따라 1,200표까지 차이가 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승부를 가를 수도 있는 표 수다.
과거엔 선호도와 지지도가 뒤섞여 사용됐다. 지난해 7월 당 대표를 뽑기 위해 실시된 여론조사에선 ‘2명을 뽑아야 한다면 누구를 선택하시겠습니까’라며 지지도를 묻는 질문을 던졌다.
앞서 5ㆍ31지방선거 광역단체장 후보자 선출을 위해 실시된 여론조사에선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냐’며 선호도를 물었다. 2002년 노무현, 정몽준 후보 단일화를 위한 여론조사때는 ‘단일후보로서 노무현 후보를 지지하십니까.
아니면 정몽준 후보를 지지하십니까’라는 질문을 사용했다. 정답은 없다. 유ㆍ 불리가 있을 뿐이다.
박 전 대표측은 ‘경선불참’가능성까지 거론하며 초 흥분 상태이고, 이 전 시장측도 완강하다. 양측 모두 실리도 실리지만 기 싸움에서 밀리면 안 된다며 이를 악문 모습이다.
이동훈 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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