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순 글ㆍ강을순 그림 / 중앙출판사 발행ㆍ116쪽ㆍ7,000원아이들 사이에서 관계 맺는 방법 배우기
초등학교 시절 이성 짝꿍에게 풋사랑을 느끼고 관심을 표시했다 거절당한 경험은 누구나 가슴속에 지니고 있을 만한 추억이다. 아이들은 그런 과정에서 느끼는 낙담을 극복하면서 타인에게 애정을 표현하는 방식, 타인과 관계 맺는 방식을 배워간다.
초등학교 교사인 중견 동화작가 원유순의 <너는 왜 날 좋아하지 않아?> 는 교실이라는 창을 통해 관찰한 아이들의 마음의 변화를 흥미롭게 그려낸다. 떨림, 애틋함, 토라짐, 부끄러움, 낙망 등 다양한 감정 변화의 묘사가 생생하다. 너는>
천둥벌거숭이같이 뛰어노는 데만 정신이 팔려있는 2학년 찬우. 지수가 전국글짓기대회에서 큰 상을 받자 그 애 생각에 가슴이 팔딱팔딱 뛴다. 평소에는 지수가 반에 있는지 없는지도 잘 모를 정도였지만, 한 번 마음을 빼앗기자 입 가장자리에 패이는 그애의 볼우물 하나조차 사랑스럽다. 찬우는 키티 머리띠, 반지, 다이어리까지 선물공세를 펼치지만 알쏭달쏭한 지수의 태도는 속을 까맣게 타들어가게 만든다.
못참겠다, TV드라마처럼 ‘진도를 나가보자’ 며 찬우는 지수의 볼에 기습적으로 입맞춤을 하는데, 그것이 결정적인 ‘오버’였음을 깨닫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얼음처럼 차가운 바람이 가슴을 휙 쓸고 지나가는 것 같고 갑자기 달콤한 꿈에서 깨어난 것 같다’는 찬우의 상심은 꽤나 실감난다. 책을 많이 읽어 어른스러운 지수로부터 “그냥 친구 하자, 나중에 나중에 우리 어른이 되면, 그때 남친 여친으로 사귀자”는 편지를 전달받는 찬우.
앞뒤없는 찬우의 애정 표현에 동감하다가, 아 저것이 짝사랑이고 저것이 예절바른 거절방식이구나 하고 깨닫게 됐다면 아이의 마음도 자란 것일 테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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