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최근 범여권 대선주자들이 민주화 세력 적통 문제를 잇따라 제기한 데 대해 3일 "1980년 광주는 이제 털고 가자"고 정면 돌파를 시도했다. 이에 대해 다른 범여권 대선주자 측에서는 "광주 정신을 욕보이는 천박한 궤변"이라는 비판이 쏟아져 '광주 발언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손 정면 돌파 시도
손 전 지사는 이날 광주 무등파크호텔에서 열린 광주ㆍ전남 경영자총협회 초청 조찬연수회에서 "새롭게 태동하는 통합신당이 말로는 미래 세력이라면서 아직도 '80년 광주'에 갇혀 있다.
우리는 결코 80년으로 돌아갈 수 없다"며 "70, 80년대 생각에서 우리를 해방시켜야 하고, 범여권은 내 것을 고집하고 작은 차이를 부각시켜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손 전 지사는 이날 강연을 '왜 이명박인가'라는 논쟁적 질문으로 시작한 뒤 "대선에서 광주 정신을 실현하는 길은 일자리"라고 결론지었다.
그는 "호남에서 이 전 시장 지지율이 가장 높다는 엄연한 현실을 어떻게 설명하겠느냐"고 묻고 "국민은 경제가 나아지길 원하는데 이명박이 하면 뭘 좀 추진하고 경제를 낫게 할 거라는 기대가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여권의 핵심 지지 기반인 광주에서 행한 이 같은 발언은 한나라당 출신 전력 논란에 대해 정공법으로 돌파하려 한 것으로 해석된다. 경선 국면을 앞두고 아킬레스건을 털어버리겠다는 전략이다.
손 전 지사 측 김부겸 의원은 "'현재가 과거와 싸우면 미래가 없다'는 케네디의 말이 있다"며 "당도 변변히 없고 국민에게 제시할 미래도 세우지 못한 상황에서 과거에 있었던 자리를 놓고 왈가왈부하는 것은 다같이 죽자는 얘기"라고 항변했다.
손 전 지사는 5일 대통합민주신당 창당대회나 9일 대선출마 출정식이 될 '비전 선포식'에서 광주 정신 등에 대해 지금까지보다 좀더 강한 발언을 할 것으로 보인다. 한 핵심 관계자는 "손 전 지사가 직접 민주화운동 시절부터 범여권 사람들과 꾸준히 교감해 왔지만 좀더 많이 고생한 사람들이 있는데 이들에 대한 솔직하고 진솔한 모습을 국민 앞에 발표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다른 범여권 대선주자 발끈
손 전 지사의 발언에 다른 대선주자 측은 일제히 반발했다. 호남 지지도를 놓고 손 전 지사와 다투고 있는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 측 김현미 의원은 "그동안 광주 정신에서 벗어나 살아온 사람에게는 갇혀 있는 것처럼 보였을 것"이라며 "광주와 민주개혁 세력을 모욕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정 전 의장 측은 이번 발언이 간단한 이슈가 아닌 만큼 조만간 정 전 의장이 직접 나설 예정이다.
개혁 주자인 천정배 의원 측의 정성호 의원은 광주 정신에 대한 공개토론을 제안했다. 그는 "광주를 털어 버려야 한다는 발언에 경악한다"면서 "정말 털어 버리고 싶은 것은 지난 14년 간 수구기득권 세력의 하수인이 돼 광주를 공격했던 자신의 과거가 아닌가"라고 공격했다.
친노(親盧) 주자인 이해찬 전 총리 측의 서갑원 의원은 "지금 광주 정신에 갇혀 있는 사람이 누가 있느냐"면서 "광주는 간직하고 살아야 될 소중한 정신"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한명숙 전 총리 측도 "스스로 민주화운동 부분에서 떳떳하지 못함을 고백하는 것"이라며 "광주 정신을 일자리로 연결시킨 것은 자가당착"이라고 비판했다.
박석원 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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