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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볼모 잡힌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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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볼모 잡힌 사회

입력
2007.08.04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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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인질 사태가 해결될 기미가 없는 것에 사회가 무력감을 느끼는 상황이다. 미숙하고 민첩하지 못한 정부를 나무라고, 아프간 대테러 전쟁을 이끄는 미국이 탈레반 포로 석방 등 타협을 거부하는 것을 원망하는 소리도 들린다.

보수 언론은 대뜸 탈레반 소행이 어째서 미국 책임이냐며 두 팔 벌리고 막고 나선다. 여러 정황에 비춰 자연스러운 여론 흐름에 몰상식한 반미 책동이라고 쌍심지 돋우는 심리는 늘 연구 대상이다. 오로지 탈레반을 욕하라고 외치는 것은 다 함께 눈 감고 기도하자는 말과 다를 게 없다.

■탈레반 소탕을 거론한 언론도 있다. 보잘것없는 무리의 만행을 참을 수 없다는 군인의 충정을 앞세워 특전사와 해병대 몇 천명만 보내면 인질범이 숨은 가즈니 주 전체를 평정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참전 경험이 많은 우리 군은 각개전투 능력이 탁월하기에, 미군의 정보ㆍ항공ㆍ화력 지원이 있으면 탈레반을 소탕할 수 있다고 덧붙인다. 이런 파병론이 군사ㆍ정치적으로 얼마나 유치하고 무분별한지는 세세히 따질 것도 없다.

더러 지각 없는 군인과 한담하는 건 자유지만, 언론이 정색하고 떠드는 건 망발이다. 사회가 이처럼 초점이 엇갈린 논란에 매달리는 것은 그만큼 해결책이 막연한 때문이다.

■영국 더 타임스는 우리의 어려운 처지를 <인질 잡혔다> 는 사설 제목으로 압축했다. 그리고 탈레반이 여성 인질을 해치는 것은 삼가는 듯한 모습에 비춰, 같은 이슬람 사회가 구명을 호소하는 것이 그나마 비극을 막는 데 도움될 것으로 보았다. 자기 일이 아닌지라 성의 없는 처방을 건성 내놓은 것으로 여길 수 있다.

그러나 누구보다 아프간에 경험과 지식이 많은 영국인들의 해법을 무심히 흘릴 건 아니다. 탈레반 지도부를 비호하는 이웃 파키스탄 등의 중재를 적극 모색할 만 하다.

■아프간과 이라크에서 수시로 인질 사태를 겪는 독일 언론도 탈레반이 신뢰하는 중재자나 대리인을 찾는 것이 관건이라고 지적한다. 뻔한 소리 같지만 미국과 아프간 정부, 어디에 매달려야 옳은지 다투는 것보다는 훨씬 현명한 선택일 것이다.

독일 학자들은 인질범과의 타협 불가 원칙은 인명을 정치적 명분의 제물로 삼는 점에서 인질범행과 다를 바 없다고 비판한다. 특히 사회가 함께 인질로 잡힌 딜레마 상황에서 인질범을 규탄하고 도덕적 우위를 내세우는 것은 부질없다고 충고한다. 인질사태는 애초 지고 들어가는 싸움이기에, 오로지 인질 생명을 구할 방도를 고민하라는 얘기다.

강병태 논설위원 bt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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