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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미·반미 또 갈라선 한국 '해법은 뒷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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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미·반미 또 갈라선 한국 '해법은 뒷전'

입력
2007.08.04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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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 무장단체 탈레반의 한국인 납치 사태가 엉뚱하게 반미ㆍ친미 논쟁으로 비화하고 있다. 진보단체 일각에서 “미국의 요청을 받은 한국 정부가 아프간에 파병한 것이 한국인 피랍을 불러오게 한 근본적인 이유”라는 주장을 제기하자, 보수단체는 “진보진영에서 아프간 사태를 반미 소재로 악용하려 한다”며 맞대응하고 나섰다.

여기에 정치권까지 불필요한 논쟁에 가세함으로써 보수ㆍ진보 양 진영의 마찰에 기름을 끼얹고 있다.

발단은 진보 진영이 2일 서울 종로구 주한 미국대사관 앞에서 연 아프간 피랍 관련 집회다. 민주노총 전국농민회총연합 등 반미ㆍ진보 성향 단체들은 집회에서 “아프간에 파병한 한국군은 즉각 철수해야 하고 한미 동맹도 해체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회원들도 1일 집회에서 “피랍사태는 미국이 9.11테러를 명분으로 아프간을 침공하고 노무현 정부가 ‘동맹 운운’하면서 한국군을 미국 지원병으로 보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보수 진영은 즉각 반발의 목소리를 냈다. 뉴라이트전국연합(상임의장 김진홍)은 3일 성명을 내고 “(진보단체는)아프간 사태를 반미의 소재로 악용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전국연합은 “좌파 단체들은 탈레반에 대해 아무런 비난도 하지 않고 탈레반 요구를 묵살하는 미국만 비난하고 있다”며 “이는 오로지 친북 반미라는 기계적 사고에서 비롯된 어이없는 발상”이라고 거세게 비난했다.

전국연합은 특히 민주노총 등을 ‘한국의 탈레반’에 빗대며 공격 수위를 높이기도 했다. 전국연합 관계자는 “피랍자 구출에는 별로 관심이 없고 자신들의 목적 달성에만 혈안이 돼 있다”고 주장했다.

정치권도 덩달아 입장을 내면서 논쟁은 격화하는 분위기다. 한나라당은 이날 “일부에서 주장하는 미국 책임론이야말로 대선을 겨냥한 반정서 확산 노림수”라고 몰아세웠다. 이에 맞서 민주노동당도 성명을 통해 “한나라당은 오로지 대선만을 생각하고 반미감정 운운한다”며 “사태 해결 본질을 비껴가는 한나라당의 비인도적, 정치적 악용에 경악한다”고 비난했다.

피랍자 가족들은 이런 분위기에 “어이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면서도 피랍 사태가 정치 및 이념 논쟁으로 번지는 것을 크게 우려했다. 고 심성민씨의 매형 신세민(33)씨는 “2명이 살해되고 21명은 생사 조차 확인할 수 없는 마당에 반미, 친미의 소모적 이념 논쟁이 웬말이냐”며 “보수ㆍ진보단체는 피랍자들의 무사귀환에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비상식적인 언행”이라고 꼬집었다. 한상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자신들의 입지를 강화하고 여론을 등에 업을 목적으로 피랍사건을 이용하고 있다”며 “피랍자들이 무사히 풀려난 뒤 미국의 책임과 동맹 유지 등 이념적 부분을 따져야 하겠지만 지금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k.co.kr김혜경인턴기자(이화여대 국문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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