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부가 한국인 인질을 납치한 탈레반 무장 단체와 직접 접촉에 나선 것은 우선 상황 관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무장 단체의 인질 추가 살해 등 상황 악화를 진정시키려는 의도인 것이다.
무장 단체는 1, 2차 인질 살해를 통해 아프가니스탄 정부 뒤에 서 있는 우리 측을 전면으로 끌어내려 했다. 우리 측이 이런 무장 단체의 전략적 의도를 알면서도 2차 인질 피살 이후 직접 접촉에 대해 적극적 움직임을 보인 것은 인질의 생명이 가장 소중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현재 직접 접촉의 연장선상에서 논의되는 우리 측과 무장 단체의 대면 협상에도 무장 단체의 전술이 개입돼 있다. 대면 협상을 통해 인질극의 효과를 극대화하고, 테러 단체가 아닌 무장 정치 집단으로서 탈레반의 존재를 세계에 과시하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한국 정부로서는 대면 협상이 단순한 직접 접촉보다 부담스럽다. 한국 정부를 선전전에 이용해 먹으려는 의도가 빤히 보이기 때문이다. 탈레반 대변인을 자처하는 카리 유수프 아마디가 외신을 통해 계속 대면 협상을 요구하고 있지만 우리 측이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이다.
나아가 신변 위험이라는 측면에서도 무장 단체보다는 우리 측의 부담이 훨씬 크다. 대면 협상의 시간이나 장소를 놓고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는 것은 이런 맥락이다.
더욱이 우리 측과 무장 단체의 대면 협상까지 현실화해 아프간 정부가 외곽으로 완전히 빠지게 되면 전략상으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무장 단체가 인질_탈레반 수감자 맞교환 요구에서 물러서지 않는 이상 인질 석방의 키를 쥐고 있는 아프간 정부를 배제하는 것은 어리석다. 탈레반의 전략에 가장 정통한 것도 아프간 정부다.
이 때문에 한국 정부는 전화를 이용한 직접 교신 협상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비밀 교섭에 대한 의사 타진을 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선전 효과를 노리는 무장 단체로서는 별로 달갑지 않은 교섭이어서 실현이 불투명하다.
만약 비밀 교섭이 이뤄진다면 무장 단체도 요구 수준을 낮추는 등 협상 의지가 있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
정진황 기자 jh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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