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팬에게 내는 퀴즈 하나. 8~10월에 잇달아 개막하는 뮤지컬 <펌프 보이즈> (8월 4일~10월 14일) <조지 엠 코핸 투나잇> (9월 7일~11월 30일) <텔 미 온 어 선데이> (10월 1일~11월 18일)의 공통점은? 텔> 조지> 펌프>
보기 1번 한국 초연 라이선스 뮤지컬이다, 2번 국내 대표 뮤지컬 제작사들이 야심차게 준비한 올 하반기 기대작이다, 3번 연출자가 같다.
정답은? 1, 2, 3번 모두. 제작사가 각각인 이 세 작품의 스태프 명단에는 ‘연출 이지나’라는 다섯 글자가 공통적으로 적혀 있다.
“언제부터인가 ‘내가 좋아하는 일만 고집하는 것이야말로 늙어간다는 걸 의미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의외로 밝고 유쾌한 작품이 편하게 느껴졌고.”
뮤지컬, 연극계의 대표적인 흥행 연출가로 손꼽히는 이지나(43)씨는 자기색깔이 강한 연출자다. ‘잘 나가는’ 그가 한꺼번에 세 편의 뮤지컬 연출을 맡은 것이 그리 놀랄 만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트랜스젠더가 주인공인 뮤지컬 <헤드윅> 이나 삼류인생을 그린 연극 <메이드 인 차이나> 처럼 소수계층의 삶이나 일탈 등 어두운 주제를 선호해온 그의 성향에 비춰, 밝은 분위기의 이번 세 작품은 다소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메이드> 헤드윅>
“작가적 자존심이 생계 걱정 앞에서 무너지던데요(웃음). 어느 순간부터 밝은 작품이 편하게 느껴지더군요. 요즘 같은 개성 시대에 내가 좋아하는 것만 연출하기보다는 다른 사람의 취향도 인정해야 한다는 생각도 했고요.”
네 명의 ‘펌프보이’(주유소 직원)와 두 명의 ‘다이넷’(식당 웨이트리스)이 컨트리 록과 블루스를 기본으로 꿈과 우정, 사랑을 노래하는 <펌프 보이즈> 의 경우 “더운 날 담백하게 즐길 수 있어서 좋다”는 게 그의 말이다. 펌프>
연출 생활 7년째인 그는 배우의 잠재력을 알아보는 눈이 뛰어난 연출가로도 유명하다. 이는 배우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덕분이다.
“한번은 인터넷 게시판에 승우(<헤드윅> 의 주연 조승우를 가리킨다)를 욕하는 글이 있기에 옹호하는 댓글을 달았다가 네티즌에게 무척 시달렸어요(웃음). 승우는 동시대에 살고 있는 게 자랑스러울 정도로 경악할 만한 수준의 뛰어난 연기를 보여주는 배우라고 생각하거든요.” 헤드윅>
사실 하반기 작품 스케줄과 관계 없이 ‘흥행보증수표’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니는 그에게 가장 궁금한 것은 연출력의 비밀이었다.
“어휴, 연출은 소모적인 직업이라 저도 앞으로 길어야 5년 정도나 더 할 수 있을 듯한데요? 제가 해외에서 본 뮤지컬도 몇 편 안 된다면 믿으시겠어요? <오페라의 유령> <레 미제라블> <렌트> <미녀와 야수> 정도 봤던가?” 미녀와> 렌트> 레> 오페라의>
그럼 도대체 스타 연출가가 될 수 있었던 아이디어의 원천은 무엇이란 말인가.
“책을 많이 읽어요. 미술이나 무용에도 관심이 많고요. 모든 사람이 고유의 매력이 있듯 각각의 예술작품에 숨어 있는 고유의 매력을 빨리 찾아내는 사람이 앞서 갈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젊은 관객이 좋아하는 작품들도 이제 더 많이 찾아 보려고요. 그게 몸은 늙어도 사고는 늙지 않는 젊음의 비결이 될 테니까요.”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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