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
한국불교 1번지로 불리는 이곳에 귀한 손님들이 찾아왔다. 천주교 수녀 100여명, 원불교 여자교무 60여명 등 이웃 종교의 여성 수행자들이 대거 방문한 것이다.
조계사 경내에 있는 한국불교역사기념관 내 전통문화예술공연장 개관을 기념해 열리고 있는 타악 뮤지컬 ‘야단법석 2007-Buddha Natura’ 관람을 위해서였다. ‘야단법석’은 스님들의 산사 생활을 신명나는 타악 공연으로 풀어낸 뮤지컬이다.
이날 관람은 여러 이웃 종교 성직자들이 같이 모여 관람하는 공연문화를 만들자는 공연장 측의 제안에 조계종 총무원이 천주교 주교회의와 원불교 교정원에 요청, 3대 종단의 협력으로 이뤄졌다.
수녀들과 교무들이 자리에 앉자 곧 극이 시작됐다. 큰스님 설법을 앞두고 음악회를 준비하는 산사에 큰스님이 신입 스님 우공을 데리고 온다. 산사에 있던 고참 스님들은 호흡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를 내세우며 우공 스님을 따돌린다.
타고난 밝은 성격의 우공 스님은 산사 생활에 적극적으로 적응해 나가려 하지만 수행과 식사, 청소 등 곳곳에서 다른 스님들과 부딪친다. 어느날 큰스님이 ‘무엇이 부처인가’라는 화두를 던진다.
고참 스님들 중 우두머리 격인 허공 스님은 답을 구하지 못해 고민하다 우공 스님에게 질문을 하고 “만인이 부처”라는 답을 얻는다.
드디어 산사음악회가 열리고 우공 스님은 다른 스님들과 신나는 타악 퍼포먼스를 펼친다. 다양한 성격의 스님들이 갈등을 겪다 화해하고 마침내 최고의 앙상블을 이룬다는 줄거리다.
뮤지컬 관람을 마친 수녀와 교무들은 “스님들이 사찰에서 겪는 인간적인 갈등과 희로애락이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며 “사찰 생활을 짐작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됐다”고 입을 모았다. 원불교 김덕수 교무는 “이웃 종교 행사에 참여하는 것은 초청한 쪽에서는 행사가 빛나서 좋고 초청받은 쪽에서는 좋은 공연 보아 서로 좋은 것”이라며 “종단들이 서로 화합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는 수녀, 여자교무, 비구니스님 등 세 종교 여성 성직자들의 종교간 대화 모임인 삼소회(三笑會), 7대 종단 지도자 협의체인 한국종교인평화회의(KCRP) 등을 통해 구축된 종교 간 상호이해를 바탕으로 가능한 일이었다. 지난달 5일 시작한 ‘야단법석’ 공연은 4일 끝난다.
남경욱 기자 kw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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