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수입 쇠고기에서 광우병 특정위험물질(SRM)인 척추뼈가 나온 사실은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고 개탄스럽다. SRM은 광우병의 원인으로 알려진 변형 프리온이 포함됐을 개연성이 높은 부위로 수입이 엄격히 금지되고 있다. 육안으로도 충분히 식별이 가능하다. 미국의 수출 검역에 큰 구멍이 뚫려 있다는 명백한 증거다.
더구나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지난해 9월 30개월 미만 살코기에 한해 수입이 재개된 이후 통뼈가 7건, 뼛조각은 3건이나 적발되고, 내수용 갈비뼈까지 나온 바 있다.
쇠고기를 수입하라고 집요한 압력을 넣어온 미국 정부가 정작 한국 소비자들이 우려하는 위생 문제에는 얼마나 무성의하고 무신경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일반 상거래에서도 있을 수 없는 무책임한 행태다. 오죽하면 부주의에 의한 실수로만 볼 수 없다는 의혹까지 제기될 정도다.
이번 일은 쇠고기 수입을 전면 중단하는 조치를 취할 충분한 사유가 된다. 위생조건에 'SRM 물질의 제거와 같은 안전조치의 위반이 심각할 때' 수입금지를 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그런데도 정부가 한 단계 낮은 검역중단 조치만 취한 것은 지나친 미국 눈치보기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미국의 압력이 국민 위생안전보다 우위에 있을 수는 없다.
미국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조건으로 쇠고기 수입의 전면 개방을 요구해왔고, 양국 정부는 수입 위생조건 개정을 위한 협상을 진행해왔다. 그러나 이번 일로 협상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이 모든 책임은 전적으로 미국에 있다. 한국 정부는 그 동안 FTA의 원활한 성사를 위해 국내의 비난을 감수해가며 쇠고기 수입 문제에 많은 양보를 해왔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한국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미국산 쇠고기를 선택할 수 있도록 어떤 노력을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이 이번 일에 대한 철저한 경위 조사와 확실한 재발 방지책을 제시하지 않는다면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은 계속될 수 없다. 정부는 원칙에 따라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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