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 은행들의 순위 싸움이 치열하다. 신한은행이 6월말 기준으로 은행규모를 가늠할 수 있는 수치인 자산과 총수신에서 2위 다툼을 하고 있는 우리은행을 앞섰다.
'리딩 뱅크'를 자처했던 국민은행은 신한ㆍ우리은행의 동반 추격에 위기감을 느껴야 할 판이다. 기업은행은 맹렬한 속도로 4위 하나은행을 추격하고 있다.
2일 각 은행 상반기 실적과 IR 자료 등을 취합한 결과 신한은행의 총자산은 6월말 말 현재 198조7,020억원으로 지난해 말 우리은행에 내줬던 자산규모 2위 자리를 탈환했다. 우리은행은 6월말 기준으로 자산이 196조원이었다.
신한은행은 총수신에서도 112조7,749억원을 기록해 우리은행(107조2,947억원)을 넘어섰다. 반면 총대출에서는 우리은행이 108조8,240억원으로 신한은행(105조3,000억원) 보다 많았다. 신한은행의 상반기 순이익은 1조5,378억원으로 1조4,188억원인 국민은행을 뛰어 넘어 최대이익은행으로 자리잡았다.
만년 1위 자리를 지켜왔던 국민은행은 경쟁자들이 턱 밑에까지 치고 올라와 마음이 바빠지게 됐다. 국민은행만이 밟았던 자산 200조원 고지에 신한은행과 우리은행도 동참했기 때문.
우리은행은 7월 중순쯤 자산 200조원을 넘어섰다고 밝혔으며, 신한은행 역시 7월 중 200조 원선을 돌파한 것으로 보인다. 국민은행이 자산 80조원 규모의 외환은행 인수에 실패함에 따라 국민 신한 우리 등 '빅3'의 경쟁은 앞으로도 점입가경이 될 전망이다.
기업은행은 총대출 규모에서 83조855억원을 기록해 하나은행의 82조5,220억원을 넘어섰다. 상반기 이익도 8,450억원으로 하나은행(5,943억원)을 크게 앞섰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하나은행과 경쟁 체제가 갖춰진 이후 총대출이 하나은행을 앞선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하나은행은 기업은행보다 자산이나 총수신 규모에서는 앞서고 있어 느긋한 입장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한 분기 실적만 갖고 은행 규모를 따지는 것은 무리다"라고 말했다.
문제는 외형확대에도 불구하고 수익구조는 별로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점.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순이익에서 ▦기업은행은 63.3% ▦신한은행은 62.1% ▦우리은행은 57.5%나 늘었지만 이는 LG카드 매각을 통한 이익 덕이다. 기업은행은 LG 카드 매각을 통해 2,665억원, 신한은행 3,370억원, 우리은행 3,678억원 등을 벌어들였다.
반면 은행 수익성을 나타내는 순이자마진(NIM)은 줄어들거나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NIM은 금융회사가 자산을 운용해 낸 수익에서 조달비용을 빼고 이 값을 운용자산 총액으로 나눈 것이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말 3.73%에서 올 6월말 3.54%로 줄었으며 신한은행은 2.38%에서 2.27%로, 우리은행은 2.57%에서 2.45%로 각각 감소했다. 한 은행 관계자는 "대출경쟁이 워낙 심해 적정 마진도 포기하는 상황"이라며 "외형 경쟁보다는 새로운 수익 모델을 찾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영윤 기자 daln6p@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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