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말 미국의 대형 모기지 업체 뉴센츄리 파이낸셜이 파산 위기를 맞았다. 서브 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때문이었다. 1차 서브 프라임 사태의 점화였다.
당시 수잔 비에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이사는 "서브 프라임 부실은 이제 시작 단계"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전체 모기지 시장에서 서브 프라임이 차지하는 비중이 10% 안팎에 불과해 파급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과 함께 미국 경제가 회복 기조에 접어들면서 서브 프라임 위기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그러나 문제가 해결된 것이 아니었다. 6월 중순 미국의 대형 투자은행인 베어스턴스가 보유한 두 곳의 헤지펀드가 서브 프라임 담보의 부채담보부증권(CDO)에 대한 투자 손실로 부도 위기에 직면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2차 위기가 시작됐다.
지난달 31일에는 프라임(우량)과 서브 프라임(비우량)의 중간 단계인 알트 에이(Alt-A)급 모기지 대출 업체인 아메리칸 홈 모기지 인베스트먼트사가 "새로운 자금을 더 이상 조달할 수 없어 자산을 청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서브 프라임 파장이 국경과 업종, 영역을 무차별적으로 넘나 들며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을 넘어 급기야 아시아 등 신흥시장에도 침투하기 시작했다.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다소 신용이 좋은 알트 에이 모기지까지 부실이 확산되고 있고, 모기지 업체와 헤지 펀드에서 시작된 위기는 투자은행과 보험회사에도 번져가고 있다. 단순한 모기지 부실을 넘어 전세계 신용 경색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도 한층 고조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2일 대만 보험사인 타이완 라이프 인슈어런스가 상반기 미국 서브 프라임 부실로 4억2,800만 타이완달러(미화 1,300만달러)의 손실을 입었다고 보도했다.
이 회사는 서브 프라임 손실로 파산 보호를 신청한 베어스턴스의 헤지펀드 HGSC에 투자한 금액 전액을 상각 처리했다. 신용평가사인 피치 레이팅스의 조나단 리는 "타이완 라이프와 같은 경우가 추가로 나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에 앞서 호주의 맥쿼리은행, 베이시스 캐피탈 펀드 매니지먼트, 앱솔루트 캐피탈 등도 서브 프라임 투자로 대규모 손실을 기록했다고 밝혀 더 이상 아시아 등 신흥 시장도 서브 프라임 태풍에서 비껴있지 않음을 보여줬다.
피해는 보험사로도 확산되고 있다. 미국 보험사인 CAN 파이낸셜은 서브 프라임 투자로 9,100만달러의 손실을 입었다고 밝혔고, AIG는 구체적인 손실 규모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최악의 경우 23억달러의 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지금까지 드러난 것은 빙산의 일각이라는 지적도 많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최근 보고서에서 "오는 10월쯤 1,000억달러(920조원 가량) 상당의 변동금리부 서브 프라임 모기지의 금리 재조정이 예정돼 있다"며 "주택가격이 하락하고 시중금리가 상승세를 타고 있는 상황에서 자금을 다시 조달하는 것이 쉽지 않아 한계 계층의 연체와 파산이 줄을 이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국도 더 이상 안전 지대가 아니다. 지난달 31일 기준으로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 2025년물 가산금리는 1.25%포인트로 하루 사이 0.25%포인트 확대됐다.
최근 2년 사이 가산금리가 가장 높아지는 등 해외채권발행 여건이 급속히 악화되는 추세다. 안전자산 선호 현상으로 한국물을 포함해 신흥국 채권 수요가 급격히 축소되고 있기 때문이다. 주가가 2,000에서 1,800까지 널뛰기를 반복하는 것도 그 영향 때문이다.
금융연구원 하준경 연구위원은 "견조한 흐름을 보이고 있는 미국의 실물경기의 회복세를 바꾸어 놓는 등 파국으로 치닫지는 않겠지만 당초 예상보다 신용경색우려와 파장이 커지고 있는 것은 분명해보인다"고 말했다.
● 서브프라임모기지란?
미국 모기지 대출 시장은 차입자의 신용도에 따라 프라임, 알트 에이(Alt-A), 서브 프라임으로 구성된다. 저신용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서브 프라임 모지기 금리는 부실 위험이 높기 때문에 프라임 모기지보다 2~4%포인트 높다.
알트 에이는 서브 프라임보다 신용 점수는 높지만 소득 증빙이 부족하거나 모기지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모기지 대출이다.
이영태 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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