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네의 질주가 거침없다.
서울시립미술관에서 6월 6일부터 열리고 있는 ‘빛의 화가-모네’전을 찾은 관람객이 2일 20만명을 넘었다. 개막 30일째 관람객 10만명을 돌파한 지 28일 만이다.
여름방학을 맞아 평일보다 주말에, 오전보다 오후에 관람객이 더 몰린다는 공식도 깨졌다. 화요일이었던 지난달 31일에는 개관 20분 만에 800여명이 몰려 하루 관람객 수 1만 1,000여명을 기록하는 ‘이변’을 연출했다. 주말에도 하루 평균 9,000명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인들이 유독 사랑한다는 화가 클로드 모네(1840~1926), 그의 매력은 과연 뭘까. 2일 오전 서울시립미술관에서 만난 관람객들의 목소리를 통해 모네의 인기 비결을 분석해봤다.
■ Masterpiece(걸작) : “교과서에서만 보던 작품을 서울에서 직접 보다니 너무 신기해요”(이다은양ㆍ산남중 3)
같은 반 친구 이지은, 강유미양과 미술관을 찾은 이양은 “미술시간에 인상파에 대해 배우면서 모네의 그림이 특히 좋았었는데, 그의 명작들을 서울에서 실제로 만나게 돼 너무 흥분된다”고 했다. 이번 전시에는 국내 최초로 공개되는 초대형 <수련> 연작을 포함해 <런던 국회의사당> , <네덜란드의 튤립밭> 등 ‘인상주의의 성서’로 불리는 모네의 대표작들이 대거 포함됐다. 네덜란드의> 런던> 수련>
■ Originality(진품) : “화집에서는 느낄 수 없는 생생한 색감과 질감에 그림 속으로 빨려 들 것 같아요”(배한경씨ㆍ47)
모네전을 보기 위해 새벽부터 남편과 자녀들을 깨워 대전에서 올라왔다는 배씨는 ‘빛의 화가’라는 명성에 걸맞은 모네의 아름다운 색감을 직접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을 모네전의 매력으로 꼽았다. 진품이 내뿜는 아우라에 흠뻑 빠져 있노라면 도록이나 화집으로는 결코 맛볼 수 없는 생생한 사실감을 느끼게 된다는 것.
■ Newness(새로움) : “시기별 화풍의 변화가 한눈에 들어오네요”(김인숙씨ㆍ42)
중학생 딸과 미술관을 찾은 김씨는 “모네 하면 환한 <수련> 만 떠오르는데 여기 와서 모네가 ‘추상과 어둠의 화가’이기도 했다는 점을 새로 알게 됐다”고 했다. 김씨의 말대로 이번 전시는 모네의 시기별 대표작 60여점을 한눈에 보여준다. 단일 미술관의 소장품을 통째로 들여 오는 기존 전시들과 달리 파리 마르모땅 미술관과 오르세 미술관, 투르 시립미술관 등 세계 20여 곳의 미술관과 개인소장자들의 작품을 한데 모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특히 개인소장자들의 작품은 이번 기회가 아니면 볼 수 없는 것들이다. 수련>
■ Emotion(감성) : “빛의 화가답게 서정적이고도 다채로운 색감이 감성을 자극합니다”(성명희씨ㆍ33)
친구의 팔을 붙들고 <네덜란드의 튤립밭> 앞을 떠나지 못하던 성씨는 “모네 그림이 이토록 사랑받는 것은 아름다운 색과 빛이 주는 감동 때문일 것”이라고 했다. 모네의 그림이 이지의 눈으로 ‘읽는’ 그림이 아니라 감성의 눈으로 ‘겪는’ 그림이기 때문이다. 네덜란드의>
■ Tranquility(평온) : “가만히 <수련> 을 보고 있노라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차분해집니다”(심보현씨ㆍ39) 수련>
오디오 가이드를 듣는 어린 아들을 품에 안고 회랑을 돌던 심씨는 번잡한 세속도시의 한복판에서 수련 연못의 고요 속으로 침잠할 수 있다는 점을 모네전의 가장 좋은 점으로 꼽았다. 매미떼 울음이 귀청을 쪼아대는 뜨거운 여름의 한낮, 그 연못으로의 가족 나들이는 가장 훌륭한 피서법의 하나이기도 할 것이다.
전시는 9월26일까지. 관람시간 평일 오전 10시~오후 10시, 주말 오전 10시~오후 8시. 월요일은 휴관. (02)724-2900
박선영 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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