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아리 벙커’와의 전쟁이 시작됐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인 브리티시여자오픈이 2일 오후(한국시간) ‘골프의 성지’인 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루스 골프링크스 올드코스(파73ㆍ6,638야드)에서 열전에 돌입했다.
이번 대회 승부처는 깊은 ‘항아리 벙커’. 코스 곳곳에 모두 112개의 벙커가 도사리고 있다.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는 2005년 이곳에서 열렸던 브리티시오픈 때 드라이버 대신 2번 아이언으로 주로 티샷을 날리는 등 벙커를 우회하는 지능적인 플레이로 우승을 일궈냈다.
우즈는 당시 한 차례도 벙커에 볼을 빠트리지 않았다. 철저히 벙커를 피해가는 ‘골프황제의 2005년판 올드코스 교본’이 올해도 승리 해법이 될 전망이다.
그러나 1라운드부터 선수들의 희비가 엇갈렸다. ‘세계랭킹 1위’ 로레나 오초아(멕시코)는 이날 어려운 코스를 비웃기라도 하듯 보기 없이 버디 6개로 6언더파 67타의 맹타를 휘둘러 리더보드 최상단에 이름을 올렸다.
일본의 미야자토 아이는 3언더파 70타를 기록, 선두를 3타차로 추격했고 올해 맥도널드챔피언십에서 3위를 차지하며 깜짝 스타로 떠올랐던 한국의 ‘기대주’ 민나온(19)과 이정연(28)은 나란히 1언더파 72타를 쳐 10위권에 오르며 선두 추격 발판을 마련했다.
관심을 모은 박세리(30)와 미셸 위(18)는 나란히 이븐파 73타로 1라운드를 마쳤다. 지난주 에비앙 마스터스에도 출전하지 않은 채 이 대회에 만전을 기해온 박세리는 초반 샷이 흔들려 고전했다.
3, 4번 홀에서 연속 보기로 2타를 잃은 것. 7번 홀에서 1타를 줄인 박세리는 10, 11번 홀에서 보기와 버디를 교환한 뒤 12번 홀에서 다시 보기를 범해 2오버파로 주춤했다. 그러나 박세리는 각각 ‘지옥벙커’와 ‘로드벙커’로 악명 높은 14, 17번 홀에서 버디를 잡아내며 잃은 타수를 만회, 2라운드를 기약하게 됐다.
“2년 전의 우즈 처럼 경기를 하겠다”고 밝혔던 미셸 위는 출발은 좋았지만 뒷심이 부족했다. 미셸 위는 4, 5번 홀(파5)에서 버디쇼를 펼치며 초반 신바람을 냈다. 10번 홀에서 1타를 더 줄여 선두그룹에까지 올랐던 미셸 위는 11번, 14번, 16번 홀에서 보기를 범해 벌어놓은 3타를 모두 잃고 말았다.
미셸 위와 동반 라운드를 펼친 박지은은 2오버파 75타로 첫날을 마무리했다.
정동철 기자 ball@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