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로 꼭 80일을 피를 말리며 기다렸습니다. 탈레반 인질 피랍사건에 가려 소말리아에 억류된 한국인 선원들은 아예 잊혀지는 것 같아 애간장이 탑니다.”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무장세력의 한국인 인질 억류 사건을 바라보며 누구보다도 검게 타버린 가슴을 안고 눈물 짓는 사람들이 있다. 지난 5월 15일 소말리아 연안 해상에서 무장해적들에게 납치돼 억류돼 있는 ‘마부노 호’선장 한석호(40ㆍ부산 금정구 서동)과 조문갑(54) 양칠태(55) 이성렬(47)씨 등 한국인 4명의 가족이다.
이들은 혹시 선원들에게 해가 될까 두려워 정부만 바라보면서 협상타결소식이 들려오기만을 학수고대하다 지쳐가고 있다.
한 선장의 부인 김모(48)씨는 2일 “아프가니스탄에서 한국인 납치사건이 발생할 무렵, 남편에게서 마지막 전화가 걸려온 뒤 아무런 연락이 없다”며 “피랍 이후 밥을 제대로 먹을 수 없어 간신히 목숨만 연명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김 씨는 “그 때 남편이 ‘잘 지내고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마라. 조만간 풀려날 것 같다’고 말했는데 보름이 넘도록 아무런 연락이 없다”며 안타까워 했다.
김 씨는 “외교부에서 가끔씩 전화가 걸려오지만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며 정부에 대한 원망도 내비쳤다. 그는 “인터넷에 글을 올려 전 세계를 상대로 마부노호 피랍자들에게도 관심을 가져달라는 뜻을 전하고 싶지만 혹시 좋지 않은 영향을 줄까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탈레반 인질사건과 관련, 김 씨는 “피랍가족들의 심정이야 우리가 제일 잘 알지 않겠느냐”면서도 “그 일로 마부노호에 대한 관심이 떨어지는 것 같아 서운한 마음도 든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평소에도 건강이 좋지 않았던 조문갑 기관장의 부인(부산 사하구 하단동)은 피랍소식을 듣고 건강이 악화돼 친정에서 한동안 요양하다 최근에야 집으로 돌아왔다. 그는 “지금으로서는 아무리 힘들더라도 인내를 갖고 기다려 볼 도리 밖에 없지 않겠느냐”며 한숨을 쉬었다.
조 씨의 큰 딸(21)은 “사정이 조금 다르지만 아프간 인질들이 살해됐다는 소식을 접할 때마다 너무 고통스럽다”며 “아버지로부터 전화가 걸려와 음성을 들었을 때는 다소 안심이 됐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불안해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현재 협상은 탄자니아 국적인 마부노호를 소유해온 한국인 선주가 나서서 하고 있지만 진전이 되지 않고 있다. 마부노호 납치 해적들이 처음에 몸값으로 70만 달러(6억원)를 요구하다가 최근에는 500만 달러(46억 원)까지 올린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현재 협상은 선주측에서 하고 있으며 정부는 선주측에 대한 최대한 협상지원을 하고 있다”며 “선원들의 안전과 건강에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부산=김창배 기자 kimc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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