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이 아프가니스탄에서 납치된 지 14일을 맞은 1일은 인질 가족들에게 악몽 같은 하루였다. 탈레반이 정한 협상 시한인 오후 4시 30분을 넘길 무렵 “탈레반이 인질 4명을 추가 살해하겠다고 위협했다” 는 알 자지라 방송의 뉴스와 “아프간 정부군이 인질 구출 작전을 시작했다”는 로이터 통신의 보도가 긴급 타전됐기 때문이다. 불과 수시간만에 두 보도는 오보(誤報)로 판명됐지만 인질 가족들은 최악의 시나리오에 피를 말리는 고통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아프간 인질 사태가 시작된 지난달 18일 이후 외신이 내지른 오보를 세어 보니 열손가락으로도 부족했다. 외신을 그대로 베껴 쓰는 데 바쁜 한국의 언론은 외신의 오보를 재생산하는 과정을 되풀이하고 있다.
한국의 언론매체가 현장에 접근하지 못하고 정부로부터도 상황 설명을 제대로 듣지 못한 데 따른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지만 오보의 양산은 사태를 꼬이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현재 수도 카불을 포함해 아프간 내에는 단 한 명의 한국 언론사 기자도 들어 가지 못하고 있다. 한국 특파원 30여명이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에 머물며 간접 취재를 하지만 정확한 상황을 파악하기는 역부족이다. 억류된 인질을 무사히 귀환하기 위한 협상이 지지부진한 것만큼이나 기자를 오보의 포로로 만드는 답답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꽉 막힌 상황에서 우리 언론이 귀담아야 할 경구는 한가지이다. ‘속보 전달에 매달리지 말라.’ 우리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해야 할 이번 사태 보도에서는 빠른 소식을 전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잠시 접을 필요가 있다. 정보에 대한 신중한 접근만이 오보의 수렁에 빠지지 않는 길이기 때문이다.
이민주 국제부기자 mj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