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피랍자 수와 성별은 ‘남성 7명(고 배형규 목사와 심성민씨 포함), 여성 16명’인 것으로 사실상 확인됐다.
뉴스위크는 2일 납치에 관여한 무장단체 탈레반의 사령관급 인사 여러 명과 가진 전화 취재를 토대로 생존 피랍자가 남성 5명, 여성 16명이라고 확인했다.
납치를 주도한 가즈니주 탈레반 부사령관 압둘라 등은 뉴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생존자가 남성 5명, 여성 16명이라고 밝히면서 이를 전제로 가즈니주 탈레반 사령관 다로 칸 등과의 맞교환을 요구했다.
혼란의 전말
탈레반은 납치 초기 피랍자가 18명이라고 주장했다가 23명으로 수정했다. 하지만 여성 18명, 남성 5명이라는 주장은 고수했다. 현지인 피랍 버스 운전기사도 여러 차례 인터뷰를 통해 “23명 중 여자가 18명”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피랍자 가족들과 우리 정부는 지난달 13일 한국에서 출발한 남성 7명, 여성 13명, 현지에서 합류한 임현주(32) 씨 등 의료봉사단체 ANF(All Nation’s Friendship) 소속 간호사 3명 등 피랍자가 ‘여성 16명, 남성 7명’이라고 못박았다.
하지만 임현주씨가 지난달 26일 미국 CBS가 공개한 녹음 육성을 통해 “남녀 두 그룹으로 나뉘었는데, (나는) 여성 17명과 함께 있다”고 밝히면서 혼란이 빚어졌다.
처음 공개된 피랍자의 말인 만큼 덮어놓고 부정할 순 없기 때문이었다. 실제 CBS가 임현주씨를 ‘여천주’로 표기하는 바람에 비슷한 이름을 가진 현지 봉사활동자의 납치 여부를 확인하느라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혼란의 이유
우선 탈레반이 한국과 아프간 정부에 혼란을 주기 위해 일부러 엉터리 정보를 흘렸을 것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임현주씨의 발언도 탈레반의 주문에 따라 원고를 그대로 읽은 것일 수 있다.
실제 임현주씨는 ‘남녀 2그룹’이라고 말했지만, 탈레반은 피랍자들을 납치 초기부터 5개 그룹으로 나눈 것으로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탈레반이 추적을 따돌리거나 협상 초기 주도권을 쥐려는 목적에서 거짓 정보를 계속 내놓았을 수 있다”고 밝혔다.
피랍자들을 분산 수용한 소규모 납치 그룹의 오해에서 빚어진 일일 수도 있다. 전반적인 납치 상황을 모른 채 피랍자 4, 5명만 맡게 된 하위 탈레반 병사들이 운전기사의 발언이나 또는 탈레반의 발표 내용이라며 보도되는 내용을 그대로 발설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몸값을 노린 가짜 탈레반이 혼란을 부추겼을 수도 있다. 뉴스위크는 “한국인 특사와 아프간 정부가 납치범 행세를 하는‘가짜 탈레반’에게 돈을 건넨 것 같다”고 전했다.
안준현 기자 dejav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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