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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인질 사태/ "탈레반은 보라… 이 애끓는 절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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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인질 사태/ "탈레반은 보라… 이 애끓는 절규를"

입력
2007.08.03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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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민아, 내 새끼야….” 아버지는 아들의 싸늘한 주검 앞에 오열했다.

아프가니스탄 무장단체 탈레반에 피살된 심성민(29)씨의 시신이 2일 오후 현지 항공편으로 국내로 운구돼 경기 성남시 분당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도착하자 아버지 심진표(62)씨와 누나 현정(32)씨 등 유족들은 흰 천으로 가려진 관을 붙잡고 통곡했다.

유족들이 가까스로 슬픔을 가눈 사이 심씨의 시신은 안치실로 향했고, 그곳에서 검시(檢屍) 절차가 이뤄졌다. 수원지검 성남지청 채석현 최재혁 검사와 국립과학수사연구소 김윤신 법의학과장과 전석훈 박사, 심씨의 동생 효민(25)씨 등이 검시에 입회했다.

채 검사는 “현지 군의관의 소견서에는 사망원인을 머리 총상에 의한 사망으로 추정했다"며 "오른쪽 귀 앞쪽에서 왼쪽으로 2발의 총상이 있었다"고 밝혔다. 채 검사는 "오른쪽 어깨와 후두부에 상처, 왼쪽 눈에 출혈, 아래턱에 골절 등이 있었으나 발생경위를 알 수 없다"며 "정확한 사인을 밝히기 위해 법원 영장을 발부 받아 3일 오후 2시 국과수에서 부검을 실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심씨의 시신은 얼굴을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비교적 깨끗한 것으로 전해졌다. 심씨의 매형 신세민(33)씨는 "고인의 죽음에 대해 정확한 이유를 알고 국민들에게도 알려야 한다는 판단에 따라 가족이 부검에 동의했다"고 말했다. 유족들은 4일 장례를 마치는 대로 시신을 서울대병원에 의료연구용으로 기증하기로 했다.

이날 심씨 빈소에 어머니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동생 효민씨는 “어머니는 충격으로 몸이 좋지 않아 영결식 때나 올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빈소에는 정ㆍ관계, 종교계 등 각계각층 인사와 심씨 지인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특히 생전 심씨가 교회 교사 활동을 하며 보살펴줬던 이모(17)군 등 장애우 14명이 조문을 와 주변 사람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이 군은 “언제나 장애우들을 사랑으로 이끌어주셨던 분”이라며 “이렇게 허무하게 가실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며 흐느꼈다.

아프가니스탄 한국인 피랍 사태가 발생한 지도 이날로 보름째. 충격과 절망의 순간을 견디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피랍자 가족들의 속은 시커멓게 타들어가고 있다. 정부도 탈레반도 어떤 공식 발표도 하지 않는 태풍의 눈 같은 고요함이 피랍자 가족들에겐 더 고통스럽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에 마련된 피랍자가족 대책위원회 사무실에서 향후 대책을 숙의하던 피랍자 가족들은 이날 가만 앉아 있을 수만은 없다며 아프간과 미국을 방문하는 방안을 진지하게 논의했다.

차성민(30) 대표는 “내부 입장이 완전히 정리된 것은 아니지만 아프간 현지로 가서 피랍자 석방을 호소하고 싶다”며 “아프간에 갈 수 없다면 미국이라도 가서 국제사회에 도움을 요청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정란(33)씨의 남동생 정훈(29)씨도 “대부분 가족들은 당장이라도 아프간에 가고 싶어한다”며 “그러나 아프간 정부가 비자를 발급해주지 않고 있고 정부도 아프간을 여행금지국으로 지정한 상태라 속만 태우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사무실을 방문한 김호영 외교부 2차관은 가족들이 아프간 방문 희망 의사를 전달하자 신변안전이 우려된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김 차관은 그러나 “미국 방문에 대해선 추후 논의를 거쳐 생각해 보자”고 말했다.

전날 밤 탈레반의 인질 추가 살해 협박에 이은 외신의 ‘군사작전 돌입’보도로 큰 충격을 받았던 가족들은 외신 보도가 오보로 밝혀진 뒤 마음을 진정시켰지만 여전히 긴장의 끈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여성 2명의 건강이 좋지 않아 사망할 수도 있다는 탈레반 측 언급에 애를 태우고 있다.

성시영기자 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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