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1일 사실상 시인한 탈레반 무장 단체와의 직접 협상이 현재 어떤 단계에 와 있는지, 사태 해결의 열쇠가 될 수 있을지에 시선이 모아진다.
정부가 ‘직접 접촉’으로 표현하는 이 대화 과정은 직접 대면 방식이 아니라 무장 단체가 일방적으로 주 아프간 한국대사관 또는 우리 측 대사관 직원에게 전화를 걸어 교신하는 방식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저쪽에서 전화를 걸어 오면 상호 입장을 교환하는 정도”라고 말했다.
직접 협상은 피랍 초기부터 있었다. 납치 사흘째인 7월 21일부터 정부는 직ㆍ간접 접촉을 유지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한국 정부는 그럼에도 아프가니스탄 정부를 통한 간접 협상에 주안점을 뒀다.
하지만 아프간 정부의 협상력이 바닥을 드러낸 30일 2차 인질 피살 이후 한국 정부는 직접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청와대 천호선 대변인이 1일 직접 접촉 사실을 공개한 것은 무장 단체에 우리 측의 적극적 의지를 알리는 신호로 해석된다.
무장 단체는 아프간 정부와의 협상이 더 이상 의미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탈레반 대변인을 자처하는 카리 유수프 아마디는 여러 차례 “카불 정부를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아마디는 한국이 직접 나서라고 거듭 요구해 왔다. 무장 단체는 한국 정부를 움직여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을지를 타진하는 차원에서라도 직접 협상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협상이 대화→교섭→타결의 3단계 수순임을 감안할 때 무장 단체과의 직접 협상은 대화에서 교섭 단계로 넘어가는 수준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적어도 교섭 단계까지는 무리 없이 진행될 전망이다.
천 대변인이 7월 31일 정부 성명에서 무장 단체의 요구 사항(인질_탈레반 수감자 맞교환)을 전격 공개한 것은 교섭을 염두에 둔 수순으로 보인다. “한국 정부가 감당할 수 없는 요구”인 만큼 몸값 등 현실적 카드를 내놓으라는 뜻이 담긴 것이다.
일단 무장 단체가 한국 정부와의 교섭에서 신뢰를 갖게 된다면 상황 악화는 막을 수 있다. 무장 단체가 1일 협상 시한 종료 후 추가 살해를 하지 않고 시한도 재설정하지 않은 이유가 우리 측과의 협상에 있다면 최소한 ‘상황의 안정적 관리’라는 측면에서 희망을 가질 수 있다.
문제는 최종 타결 단계까지 이를 수 있느냐다. 우리 측의 유일한 카드인 몸값 지불 방안을 무장 단체가 받아줄지는 미지수다.
설사 무장 단체가 몸값을 통한 타결로 물러서더라도 우리 측이 공개적으로 돈을 내기는 곤란하다. 대테러 전쟁의 원칙을 위반하는 데 따른 부담이 큰 데다 300만 해외동포의 몸값 기준이 돼 피랍 사건이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양자가 협상 과정과 타결 내용에 대해 입을 다무는 비밀 교섭이 해답이지만 이번 사건에 대한 세계적 관심으로 볼 때 과연 가능하겠느냐는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정진황 기자 jh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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