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가 혈투를 벌이고 있는 한나라당 경선은 2002년 민주당 경선 때와 어떤 것이 닮았고 무엇이 다를까.
경선 당시 선두 후보의 대세론이 공통적으로 나왔다. 이인제 노무현 후보가 각축을 벌였던 민주당 경선은 당시‘이인제 대세론’속에서 출발했다.
한나라당 경선레이스에서도 6월 이전까지 이 전 시장의 지지율이 40~50%를 넘나드는 고공 비행을 하면서 ‘이명박 대세론’이 팽배했다. 2002년에는 “이인제가 되느냐”였지만, 이번에는 “이명박이 되느냐”로 관심의 초점이 모아지는 상황에서 경선이 진행된 것이다.
대세론에 맞선 필패론도 똑같이 등장했다. 2002년 당시 노 후보측은 “이인제는 이회창을 이길 수 없다. 대선 승리의 필수 요건인 영남 득표력이 없다”는 논리로 ‘이인제 필패론’을 제기했다. 노 후보는 필패론을 업고 그해 3월16일 광주 경선에서 1위를 하는 이변을 일궈냈고, 이를 계기로‘노풍(盧風)’을 일으켜 바람몰이를 했다.
이번에는 박 전 대표측이 지지율 격차가 10% 포인트 내외로 좁혀들면서‘이명박 필패론’을 막판 승부수로 띄웠다. “각종 의혹으로 본선에서 네거티브에 견디지 못할 후보는 안된다”는 논리이다.
양 진영이 격렬한 네거티브 전쟁을 벌였다는 점도 비슷하다. 민주당 경선에서 노 후보측은 이 후보의 경선 불복 경력과 민주당 적자가 아니라는 점 등을 집요하게 비난했다. ‘이인제는 이회창을 이길 수 없다’는 책자까지 발간했다. 이 후보측도 노 후보의 장인 전력(前歷)까지 들춰내는 네거티브 공격을 했다.
의원들의 줄서기가 횡행했던 것은 물론이다. 이번 한나라당 경선에서 두 후보의 네거티브 대결은 2002년 민주당 후보들에 비해 전혀 강도가 뒤지지 않는다.
이처럼 비슷해 보이지만 다른 점도 눈여겨 봐야 한다. 무엇보다 경선 방식이 차이 난다. 민주당 경선 때는 2월말~4월말에 걸쳐 16개 시ㆍ도를 돌며 순회 투표를 했다.
노 후보가 바람을 일으키며 경선 흥행과 함께 이 후보를 역전 시킬 수 있었던 것은 순회 투표 때문이었다. 하지만 한나라당 경선은 19일 하룻동안 전국에서 동시에 투표가 이뤄진다. “박풍(朴風)을 일으켜 막판 대역전극을 펼치겠다”는 박 전 대표측의 희망처럼 이번에도 바람몰이가 가능할지 관심을 모은다.
대세론의 경우도 민주당 경선 당시 이인제 후보는 한나라당 유력 주자였던 이회창 전 총재에게 지지율이 뒤지는 상태였지만, 이 전 시장은 여권 후보를 압도해 상황이 좀 다르다. 이에 따라‘이명박 필패론’이 민주당 경선 때처럼 위력을 발휘할지도 관전포인트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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