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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아차산의 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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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아차산의 후회

입력
2007.08.03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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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차산은 아픔과 후회가 많았던 곳이다. 475년 백제가 고구려 장수왕에게 함락됐을 때 개로왕이 그 곳에서 죽임을 당했으며, 590년 고구려 평강공주의 남편 온달장군이 한강 이남의 땅을 찾으러 전투에 나섰다가 그 곳에서 전사했다.

조선 명종이 홍계관이란 점쟁이를 시험하여 뒤주 속에 생쥐 2마리를 숨겼는데 4마리라고 답하자 사형명령을 내렸다. 직후 한 마리의 뱃속에 2마리의 새끼가 있음을 확인하고 '아차'하며 급히 사면을 명했으나 목이 떨어진 뒤였고, 그 곳이 그 곳이었다 한다. '아차' 후회한 일들이 어찌 이 뿐이겠는가.

■서울 광진구와 중량ㆍ노원구, 경기 구리시에 걸쳐 있는 이 산에서 삼국시대 고구려 백제 신라가 번갈아 지배권을 행사하며 쟁투를 벌였다. 아차산성 곳곳엔 22개의 보루가 아직도 남아 있고, 그 중에서 17개는 사적으로 지정돼 있다. 1994년부터 구리시가 이 일대 지표조사를 시작하면서 토기와 철기, 철제무기 수백 점이 나왔다.

대부분이 고구려 유물이었다. 이후 구리시는 97년 당시 박용성 시장의 주도로 '아차산 고구려 테마 사업'을 시작했고, 중국이 동북공정 운운하자 박물관 건립추진 등 '고구려 살리기'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동북공정에 대응하기 위해 2004년 고구려사연구재단이 발족되던 당시 이명박 서울시장은 고구려 붐을 일으키는 작업의 일환으로 아차산을 지목했다. 이후 광진구는 아차산성을 중심으로 정비와 복원을 서두르면서 똑 같은 '고구려 테마 사업'의 기치를 내걸었다.

이를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된 정송학 구청장 역시 박물관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구리시는 시민 성금모금운동을 시작했고, 광진구는 이미 예산까지 확보했다니 같은 산 자락에 두 개의 박물관이 생길 판이다. 양측 지자체장은 물론 직원들 사이에도 적지않은 감정적 앙금이 쌓여가고 있다.

■지난 4월 시장과 구청장은 간담회 형식으로 만나 7월말까지 공동실무팀을 만들고 정책협약도 체결키로 약속을 했다. 하지만 예상대로였다. 구리시는 계속 추진해오던 숙원사업이라는 이유로, 광진구는 아차산성 22개 보루 중 대부분이 관내에 있다는 이유로 주도권을 놓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쪽은 시민의 열화 같은 성원을, 다른 쪽은 입지조건과 재정의 유리함을 들고 있다. 문화재청이라도 나서서 적극적 중재를 않으면 '아차' 후회하는 때가 올 것이다. 개인적 생각으론 구리시가 주도적 역할을 하고 광진구가 적극적으로 도와주면 될 듯한데, 여러분 생각은 어떠신지.

정병진 논설위원 bjj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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