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질 구출작전 개시’(로이터)라는 한 줄짜리 외신기사로 시작된 1일 밤 ‘군사 작전 소동’은 2시간 뒤 외신 스스로 오보임을 인정하면서 한바탕 해프닝으로 끝난 듯했다.
그러나 2일에도 ‘아프간 정부가 한국인 억류지역에 중무장 장갑차를 배치했다’(NHK) ‘아프간 군ㆍ경이 미군의 지원을 받아 억류 지역으로 진격했다’(뉴스위크 인터넷판)는 외신보도가 나오는 등 긴장감은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다.
1일 가즈니주(州) 일대에 아프간군과 국제치안유지군(ISAF)의 긴박한 움직임이 있었다는 것을 증명하는 정황도 일부 드러나고 있다.
가즈니주(州)의 탈레반 지휘관 하지 누룰라는 미 CBS 방송과 인터뷰에서 아프간 군과 미군이 합동으로 한국인 인질 21명을 구출하기 위해 가즈니주 일대 3개 마을을 수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아프간군과 미군이 셸가, 카라바그 지역을 방문, 주민들에게 탈레반을 지지하지 말고 아프간 정부를 지원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프간 정부와 ISAF는 6월부터 ‘마이완드’라는 이름으로 탈레반과 현지 주민들을 유리시키는 작전을 해왔다. 현지 탈레반 지휘관이 말한 수색작업은 이 작전의 일환으로 진행됐을 가능성이 높다. 아프간 정부도 ‘구출작전 개시’ 보도에 대해 “통상적으로 진행해오던 작전의 일환”이라고 해명한 것도 이런 추측을 뒷받침 한다.
하지만 아프간 정부가 한국인 인질 21명이 잡혀있는 지역에서 통상적인 군사 훈련을 위해 특수부대원 200명을 배치하고, 헬기까지 동원해 주민 대피를 유도하는 전단을 뿌렸다는 것은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이런 정황을 볼 때 아프간군과 ISAF는 인질들이 구금돼 있는 지역의 외곽에서부터 서서히 군사적 압박을 시작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추론도 가능하다. 또 앞으로 있을 대대적 군사 작전에 대비해 주민을 대피시키는 초기단계 작전에 들어가는 동시에 탈레반 압박을 위해 군사적 긴장감을 계속 조성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이와 함께 구출 작전에 반대하고 있는 한국 정부와 국제사회의 반응을 살피기 위한 애드벌룬일 수 있다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아프간 정부는 정권의 운명을 놓고 교전 중인 탈레반과의 협상보다는 전쟁을 통해 제압하는 것을 선호하고 있지만, 한국 정부의 완강한 반대 때문에 행동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인 인질 구출작전과는 별개로 대대적인 탈레반 소탕작전이 공교롭게도 가즈니주에서 시작됐다는 분석도 있다. 아프간군과 ISAF가 아프간 전역에서 탈레반 소탕작전을 벌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실성이 있는 시나리오다.
정부 당국자는 “아프간 곳곳에서 교전이 일어나고 있는데, 한국인들이 잡혀있다고 그 일대 모든 군사 작전을 중단해 줄 것을 요청할 수는 없는 일 아닌가”라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신재연 기자 poet33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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