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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명수 칼럼] 초라한 나라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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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명수 칼럼] 초라한 나라 일본

입력
2007.08.03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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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왜 역사 앞에 서면 초라해질까. 근면하고 정직한 국민을 가진 나라가 왜 과거사 문제로 가면 비겁한 거짓말쟁이가 될까. 남에게 폐 끼치는 것을 큰 수치로 여기는 나라가 과거의 만행에 대해서는 왜 그토록 뻔뻔할까. 남의 발등을 밟으면 엄청나게 죄송하고, 수많은 사람들의 생을 짓밟은 것은 죄송하지 않다는 모순을 일본은 왜 극복하지 못할까.

2차대전 당시 일본군 성노예(위안부) 강제 동원을 일본정부가 공식 인정하고 사과할 것을 촉구하는 미국 하원의 결의에 대해 일본정부는 짤막하게 유감을 표시했을 뿐 침묵하고 있다.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은 예상대로지만 이번에 눈 여겨 볼 것은 일본정부가 곤혹스러워하고 있다는 것이다.

● 매섭고 준엄한 미국의 충고

미국 하원이 7월 30일(한국 시간 31일)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결의문은 구속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새로운 내용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그 표현은 매섭고 준엄하다. 무엇보다 일본으로서는 밀월관계에 있는 미국이 올바른 과거사 인식을 촉구하고 나섰다는 점에서 충격을 받고 있다.

결의문은 일본군 위안부가 잔학성과 규모 면에서 20세기 최대의 인신매매 중 하나였다고 규정하고, 일본의 새로운 교과서들이 위안부 등 일본의 전쟁범죄를 축소하려 하고 있으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정부의 진지한 사과를 담은 1993년 고노 요헤이 관방장관의 담화를 희석시키거나 철회하려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결의문은 또 일본정부가 위안부 강제 동원을 공식적으로 확실하게 사과하고 역사적 책임을 질 것, 강제 동원을 부인하는 주장들을 공개적으로 반박할 것, 국제사회가 제시한 권고를 따라 현세대와 미래세대를 교육할 것등을 요구했다.

미국 하원이 이 결의를 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2001년부터 2006년 사이에 위안부에 대한 일본정부의 책임 인정을 요구하는 결의안이 세 차례 하원에 제출됐으나 폐기됐다.

금년 1월 네 번째로 결의안을 제출한 사람은 일본계 3세인 마이클 혼다 의원이었다. 그는 "이번 결의로 일본의 미래세대가 역사를 더 잘 이해하게 된다면 미일관계가 더욱 굳건해질 것"이라는 말로 일본에 대한 부담을 털어냈다.

결의안에 대한 일본의 대응은 철저하게 '일본식'이었다. 아베 총리는 지난 3월 "일본정부가 위안부를 강제 동원했다는 증거가 없다. 미국 하원이 결의문을 채택하더라도 사죄할 의향이 없다"고 말해 미국 언론의 비판을 불렀고, 4월 미국을 방문했을 때는 '미안한 느낌'이라는 애매한 표현으로 한 발 물러섰다.

6월14일자 워싱턴 포스트에 일본의 의원들과 지도층 인사들이 "위안부 동원에 강압이 없었다"는 전면광고를 낸 것은 결정적인 악수(惡手)였다. 그 광고는 혐오감을 불렀고, 만장일치 통과에 기여했다.

톰 랜토스 미국 하원 외교위원장은 "역사에 끔찍한 범죄를 저질렀던 독일은 전후 올바른 선택을 했지만 일본은 역사적 기억상실증을 적극적으로 장려해왔다. 일본정부가 역사를 부정하고 피해자를 비난하는 장난질은 구역질이 난다"고 비난했다.

● 이번 일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일본정부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이제 일본식 대응으로는 세계인들의 구역질밖에 얻을 것이 없다는 것이 명백해졌다. 과거사 인식을 둘러싸고 피해국들의 분노를 부른 것은 한 두번이 아니었지만, 최대의 맹방인 미국의 하원 외교위원장으로부터 "구역질 난다"는 비난까지 들었으니 더 이상 무슨 변명을 늘어놓을 수 있겠는가.

2차대전이 끝난 지 반세기가 흐른 오늘 국제사회로부터 이런 모욕을 당하고 있는 일본의 현실이 안타깝다. 아베 총리는 물러나기 전에 친구나라의 충고를 받아들여야 한다.

이번 일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아둔한 정치지도자들이 일본을 더 이상 초라한 나라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일본 국민을 더 이상 부끄럽게 해서는 안 된다.

장명수 본사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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