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일/창비 "서로에 대한 앎은 인간의 본분이다"
한 독자로부터 이메일을 받았다. 아프간의 한국인 인질 사건과 관련해 정수일(73)의 <이슬람 문명> 을 소개하면 어떠냐는 요지였다. 이슬람>
“급한 불을 끄기에는 도움이 안 될지 몰라도, 이 상황이 어떻게 마무리되건 그 상처를 치유하고 추스리는 일에 매우 도움이 될 것입니다”라고 한 그는 “지금이라도 이슬람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진다면 한국의 국가 이미지를 높이는데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 덧붙이고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이슬람에 관한 책을 소개하려던 차에, 반가운 편지였다.
한국은 과연 이슬람을 얼마나 알고 있는가. 국내의 이슬람 전문가로 꼽히는 이희수(54ㆍ한양대 교수)에 따르면 한국에서 해방 후 9ㆍ11테러 때까지 제목에 ‘이슬람’이란 단어가 들어가 출간된 책은 겨우 50종에 불과하다. 9ㆍ11 이후 200여종이 쏟아져 나왔지만, 이슬람과 중동에 대한 오해ㆍ편견은 여전하다.
특히 교과서가 문제다. 이슬람 세계와 정치ㆍ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있는 당사자인 미국과 이스라엘이 만들어놓은 자료와 시각으로 쓰여졌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그 잘못을 바로잡기 위한 분석작업을 이제야 끝낸 상태라고 한다. 이러니 일이 터질 때마다 이슬람 전문가가 없다는 한탄이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정수일은 “아랍 속담에 ‘서로 알아야 친해진다’는 말이 있다”며 1,400여년 동안 곡해된, 14억 지구인을 망라한 이슬람 세계를 바로 알리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말한다.
이슬람의 출현부터 꾸란의 세계, 정치 경제 학문 예술 생활문화 사회운동 등 단순한 신앙체계가 아닌 ‘합일된 생활양식’으로서의 이슬람 문명, 한국과 이슬람의 교류사를 보여준다. 독보적인 이슬람 문명 연구자인 정수일의 깊이있는 서술이 100여컷이 넘는 시각자료와 함께 정리된 빼어난 개설서다.
하종오 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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