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요즘 방위사업청 관계자들은 밤잠을 설친다. 무더위 영향도 있겠지만 9월 3일 예정된 터키 정부의 저고도 항공 방어장치(Low Altitude Air Defense System) 최종 입찰 때문이다.
국방과학연구소(ADD)와 국내 방위산업체들로 구성된 한국컨소시엄을 비롯해 미국, 독일 등 11개국 18개 업체가 경쟁을 벌이고 있어 낙찰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2. 두산인프라코어는 최근 터키발 낭보에 환호성을 질렀다. 터키 국방부가 추진하는 차세대 국방 전략 사업의 핵심인 차기 전차에 탑재될 엔진 납품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것이다. 두산인프라코어는 계약 규모와 기술 이전 등의 세부 사항들을 협상 중이며 사실상 계약서에 사인만을 남겨둔 상태다.
국내 방산업계가 세계 방산 시장의 다크호스에서 신흥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수백억 원을 호가하는 초음속 훈련기와 수십억 원 하는 전차, 척당 수천억 원 짜리 잠수함 등 우리 손으로 만든 첨단 무기들이 독일, 프랑스, 미국 등 기존 강자들을 제치고 잇따라 수출에 성공하고 있다.
1950년 한국전쟁 당시 소총 하나, 탄약 하나 만들지 못했던 우리나라가 자체 기술력을 바탕으로 만든 무기들이 세계시장에서 잇따라 '러브 콜'을 받고 있다.
특히 나토 회원국인 터키가 우리나라 방산 수출의 주요 고객으로 떠오르면서 시장 확대의 교두보로서 역할이 기대되고 있다. 방산업체들은 올해 터키를 발판으로 올해 방산 수출 10억 달러 고지를 돌파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ㆍ기아차 그룹 계열인 로템은 ADD와 함께 12년간 2,000억 원을 들여 독자 개발한 차기 전차(XK2)를 기술이전을 통한 현지생산 방식으로 터키에 수백 대를 수출한다.
계약 규모만 5억 달러로, 2001년 K-9 자주포(10억 달러)에 이어 방산 수출 역사상 두 번째다. 무엇보다 미국의 M1-A2, 프랑스의 르클레르 등 선진국 주력 전차와 경쟁에서 이겼다는 데에 큰 의미를 두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93년 말레이시아에 장갑차 110대를 수출한 후 14년 만에 터키에 대규모 전차용 엔진 수출을 눈앞에 두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가 개발한 1,500마력 짜리 전차용 디젤엔진은 선진국 경쟁업체들을 따돌리고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돼 이 달 중 최종 결정이 날 전망이다.
KAI는 터키 정부와 전투기 조종사 기초훈련을 위해 제작된 KT-1 기본훈련기의 납품 협상을 추진이며 이번 주 결론이 날 것으로 알려졌다.
또 국내 방산업체로 구성된 한국 컨소시엄은 터키 정부가 발주하는 수륙양용 전차 입찰에도 참가할 예정이다.
이처럼 한국산 무기가 터키로부터 러브 콜을 받는 데에는 양국간 돈독한 정치적ㆍ군사적 관계 뿐만 아니라 한국산 무기의 가격경쟁력, 기술이전, 한국과 터키 양국이 미국과 나토(NATO)의 방위시스템을 공유하는 점 등이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국내 방산업체들이 조심스럽게 해외 수출 확대를 모색 중"이라며"기술이전이나 미국과의 관계 등이 걸림돌이긴 하지만 터키를 시작으로 동남아시아나 중동지역으로 수출이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인호 기자 yi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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