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증시가 롤러코스터를 탔다. 거의 매일 널뛰기를 반복하는 양상이다.
한국증시는 한층 정도가 심하다. 종합주가지수(KOSPI)가 2,000을 돌파한 지난달 25일 이후 벌써 2차례나 80포인트(약 4%) 가량 폭락을 거듭했다. 하루이틀 사이 150포인트 오르락내리락하는 것은 예삿일이 되어 버린 듯하다. 한 시장관계자는 “어차피 조정은 예상했지만 이렇게 출렁거릴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증시는 바야흐로 내일을 알 수 없는 안개속으로 빠져드는 형국이다.
흔들리는 세계 증시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징후가 또다시 감지되면서 뉴욕 다우지수는 31일(현지시간) 전날보다 146.32 포인트(1.10%) 떨어졌다. 이것이 시발점. 이어 개장한 아시아 각국 증시도 동반하락했다.
1일 일본 니케이지수는 전날보다 377.91포인트(2.19%), 홍콩 H지수는 무려 607.57포인트(4.55%)나 곤두박질쳤다. 대만 가권지수도 395.37포인트(4.26%) 떨어졌고 중국 상해지수 역시 170.47포인트(3.81%) 주저앉았다.
이날 하락 폭은 최근 2주 사이 최대였다. 미국발 악재로 홍콩 증시가 낙폭을 키우자 중국이 따라 무너졌다. 최근 미국에 대항해 꿋꿋하게 오름세를 유지하던 상하이 지수마저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아시아 증시 전체가 곤두박질 쳤다.
더 흔들리는 한국 증시
공교롭게도 지난달 25일 대망의 2,000고지를 찍은 뒤부터 증시는 롤러코스터를 탔다. 26일부터 이틀 동안 121.00포인트(6.04%) 급락해 1,883.22까지 추락하더니 30~31일엔 50.05포인트(2.66%) 올랐다.
그러더니 1일엔 장중 1,850선까지 무너뜨리는 패닉장을 연출했다. 세계증시 전체가 불안한 양상이지만, 한국증시는 흔들림이 훨씬 더 심한 상황. ‘간접투자로 시장기반이 탄탄해졌다’는 며칠전의 찬사가 무색할 정도다.
외국인들은 13일째 매도행진중이다. 순수하게 팔아치운 금액만도 5조원이 넘는다. 개미와 국내기관이 받는데도 한계가 있다. 단기 과잉급등의 우려 속에 해외증시 폭락과 외국인 매도가 겹치면서, 등락폭이 다른 나라보다 커졌다는 얘기다.
한가지 더 있다. 전문가들은 사고 팔 주식의 절대량이 모자란 점을 지적하고 있다. 매매되는 물량이 적으니 조금만 거래 방향이 한쪽으로 쏠려도 지수가 급등, 급락할 수 밖에 없는 구조라는 얘기다.
굿모닝신한증권 이선엽 연구원은 “경영권 방어목적으로 기업들이 올해에만 6조원 어치의 자사주를 사들였고 지주회사 설립 붐을 타고 지주회사 설립요건을 맞추기 위해 역시 자회사 주식을 사들이는 물량도 많다”며 “최근 대형주는 사고 싶어도 한 번에 100~200주가 고작”이라고 전했다.
그는 “변동이 심하니 시장 속도에 비해 투자자의 판단 속도가 너무 느려져 며칠 기다린 뒤 반응하면 이미 타이밍을 놓치는 수가 많다”고 덧붙였다.
얼마나 더 흔들릴까
여전히 대세는 긍정적이지만 당분간은 널뛰기를 거듭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하나대투증권 관계자는 “미국발 신용경색이 우려를 넘어 표면화하는 단계인 만큼 유럽 미국 일본 등 선진국 증시의 조정양상이 뚜렷해지고 있다”며 “중국증시의 안정성장세와 풍부한 국내 유동성 등 긍정요인을 감안해도 시장이 안정을 찾는 데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이 쯤에서 수익률 추격 보다는 위험관리 중심의 투자를 권하고 있다. 대신증권 구희진 리서치센터장은 “1차 지지선으로 예상한 1,850이 무너진 만큼 2차 지지선을 1,760 정도로 보고 1,800선 안팎에서는 다시 주식자산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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