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은 1일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 회의 참석 차 필리핀으로 떠나기 앞서 “추가 희생자가 생길 때는 무장단체도 얻을 게 없다는 것을 여러 경로를 통해 알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7월 31일 아프가니스탄 피랍 한국인 심성민씨 피살 직후 성명을 내고 “추가 희생자가 나올 경우 좌시하지 않고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고 엄중 경고했다.
최근 정부의 이런 언급은 정부가 군사 작전 절대 불가라는 종전 입장에서 한발 물러서 상황이 더욱 악화할 경우 아프간군과 국제치안유지군(ISAF)의 군사 작전에 동의할 수도 있다는 입장 변화를 반영한 것이라는 해석을 낳고 있다.
정부는 그동안 평화 해결 원칙을 고수하며 군사 작전 가능성을 배제해 왔다. 인질들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무장 단체와도 어느 정도 협상의 여지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최근 정부 내에서 기류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무장 단체측이 우리 정부가 자력으로 해결할 수 없는 요구 조건을 내걸며 인질을 차례차례 살해하고 있고, 문제 해결의 열쇠를 쥔 아프간 정부와 미국은 사태의 평화적 해결을 바라는 한국 정부의 간곡한 협조 요청에도 불구하고 군사 작전에 동의할 것을 계속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정부 내에서도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정부 당국자는 “거기(군사 작전)까지 가서는 절대 안되지만 최후의 수단은 군사 작전이 되지 않겠냐”며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또 다른 정부 소식통은 “더 이상 무장 단체와의 협상에 국력을 낭비하는 것보다는 군사 작전을 통한 인질 구출이 더 현실적 선택이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군사 작전 가능성은 사건 발생 나흘째인 22일 아프간군과 ISAF가 인질 구금 지역을 봉쇄할 때부터 제기됐다. 그러나 정부는 무장 단체와의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 아프간 정부에 작전 개시를 만류했다. 그러나 무장 단체의 내분으로 협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첫 희생자가 탄생, 정부의 판단이 오판이었음이 드러났다.
이제 관건은 정부가 언제를 ‘최후의 시점’(레드라인)으로 보느냐 하는 것이다. 가장 유력한 레드라인은 탈레반 무장단체가 한국인 인질 여러 명을 대량 살해하거나, 여성 인질까지 가리지 않고 살해하기 시작하는 시점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이 경우 국내 여론도 일부의 희생을 감수하더라도 군사 작전을 통해 무장 단체를 응징하자는 쪽으로 급선회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는 1일에도 “군사 작전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김만복 국가정보원장) “한국 정부는 이번 사태를 군사작전으로 해결하는 데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백종천 청와대 안보상황실장)며 군사 작전 가능성을 재차 부인했다.
신재연 기자 poet33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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