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아시아 과거사 문제의 조정자로 자리매김할 것인가.
미국은 아시아 맹방 일본이 관계된 과거사 문제에 대해 ‘불개입’의 원칙을 고수해왔다. 그러나 미국 하원이 30일(현지시간) 채택한 일본군 위안부 결의는 이 원칙을 넘어서는 것이어서 배경이 주목된다.
일본은 이번 결의를 ‘인도적인 측면’에서 보고 있다. 그러나 미국 민주당 소속 톰 랜토스 하원 외교위원장이 결의안 상정 및 지지발언을 통해“역사를 왜곡하는 일본 내 일부 인사들의 기도는 구역질 나는 일”이라고 비판한 것을 보면 과거사 문제를 분명히 짚은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는 이 점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과거사 문제로 미일 관계가 악화하는 것은 일본의 외교ㆍ안보 상 최악의 사태이다.
과거사에 대한 미국의 관심은 야스쿠니(靖國) 신사 참배 문제로 시끄러웠던 최근 몇 년 동안 부쩍 뜨거워졌다. 미국에게 전쟁 책임을 뒤집어씌우는 야스쿠니 전쟁박물관 유슈칸의 주장은 미 국무부 관계자들에게 커다란 충격을 줬다.
지난해 5월 당시 헨리 하이드 미 하원 외교위원장이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가 미국 의회에서 연설하려면 야스쿠니를 참배하지 않겠다고 스스로 표명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의 서한을 하원의장에게 전달한 것은 상징적이다.
일본이 과거사 문제로 주변국과 관계가 나빠지는 것은 미국도 부담이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정책 제안도 많았다. 차기 대선에서 민주당이 집권한다면 과거사에 대한 미국의 관심은 더욱 커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미 하원의 결의안 채택 과정에서 가장 눈여겨 볼 대목은 미국 사회가 과거사에 대한 일본의 이중성을 생생히 체감했다는 것이다.
도쿄=김철훈특파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