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이대현의 영화로 보는 세상] 베트남서 쌍방향 한류 물꼬 튼 '므이'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이대현의 영화로 보는 세상] 베트남서 쌍방향 한류 물꼬 튼 '므이'

입력
2007.08.02 00:09
0 0

거창하지도, 솔직히 썩 잘 만든 것 같지도 않다. 독특한 느낌도 적다. 부와 신분 상승을 위해 사랑을 배신한 남자, 그 남자로 인해 끔찍한 비극을 당한 한 여인에 관한 전설, 그리고 100년의 세월을 건너 나타나는 그녀의 한(恨)과 저주와 복수. 여름이면 온갖 소재와 상상을 동원해 쏟아내는 고만고만한 한국 공포물의 ‘전형’에서도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26일 개봉한 <므이> (감독 김태경)는 기억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영화일 수도 있다. 그러나 한국영화의 미래를 놓고 보면 <므이> 는 결코 그런 존재가 아니다. 과소평가해서도 안 된다. 어째서? <므이> 속에 시장을 잃고 위기를 맞은 한국영화의 길이 있고, <므이> 가 그 길을 처음으로 용기있게 걸어갔기 때문이다.

<므이> 는 베트남 정부로부터 공식 촬영허가를 받아 한국(빌리픽쳐스)과 베트남(폭상 엔터테인먼트)이 만든 최초 합작영화다. 단순히 촬영장소만 베트남인 영화가 아니다. 므이라는 여인에 얽힌 전설이 그곳 것이고, 베트남의 ‘전지현’ 쯤 되는 인기 모델 겸 여배우 안트를 비롯해 주요 등장인물 30%가 베트남 연기자들이다. 보조이긴 하지만 20여명의 베트남 스태프도 참여했다.

‘처음’은 또 있다. 우리에게는 익숙하다 못해 뻔할지 모르지만, 베트남 영화에 새로운 장르를 열었다. 귀신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 사회주의 국가 베트남에서 공포물은 금기다. 수입도 제작도 상영도 할 수 없다. 한국영화 <귀신이 산다> 의 베트남 개봉을 놓고 엄청난 홍역을 치른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런데 <므이> 는 베트남 스스로 이 금기를 깨게 만들었다. 이 영화의 합작을 계기로 두 나라는 문화정책교류협의회까지 만들었다.

이런 일이 어느날 아침 갑자기 찾아온 것은 아니다. 7년 전 홀홀단신으로 위험과 불확실성을 딛고 베트남 최초의 멀티플렉스(다이아몬드 시네마)를 세우고 한국영화 배급에 나섰던, <므이> 의 공동제작자이기도 한 김태형씨의 땀과 세월이 있었다. 그에 의해 한국영화는 베트남으로 흘렀고, 이제 그 흐름이 쌍방향으로 발전했다.

베트남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우리보다 못 살아서, 그래서 한국의 모든 것이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해서 문화에 대한 느낌, 문화자존심까지 없는 것은 아니다. 이미 3년 전에 그곳 젊은이들로부터 이런 말을 들었다. “너무 비슷비슷한 모습, 이야기가 많아 재미가 없다.” “너무 일방적이지 않느냐.”

그들은 한국에서도 베트남 영화가 상영되고, 한국영화가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기를 바랐으며, 한국 스타와 베트남 스타가 함께 공연하고, 공동작업을 통해 ‘한류’를 만든 한국의 영화제작기술을 배우고 싶어했다. 그래서 무엇보다 <므이> 의 베트남 개봉(10월)을 기다리고 있으며, 또 므이 이야기를 받아들이는 한국의 역사적 문화적 정서적 동질성에 놀라고 있다고 한다.

한류가, 한국영화의 아시아시장 확대가, 우리 것의 일방적 흐름으로는 ‘지나가는 바람’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안이하고 오만한 태도 때문이다. 68%나 급감한 지난해 영화수출이 말해주고 있다. 한류 얘기만 나오면 정부도, 학계도, 영화계도 이런 날을 예상하고 ‘쌍방향’을 부르짖었다. 그러나 누구도 선뜻 도전하지 않았다. 베트남에서는 <므이> 가 그 길을 열었다. 이제 그 길을 걸어 베트남에서 찍은 ‘리얼’ 베트남 전쟁영화도 나올 것이다. 그러니 부족한 모습일지라도 <므이> 에게 박수를 보내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